엔비디아도 투자한 19조 가치의 AI 기업, 97년생 CEO가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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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로이터는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scale AI)가 10억 달러(약 1조 3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펀딩은 최근 이루어진 AI 기업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덧붙였다. 스케일AI의 기업 가치 평가는 138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다. 2021년(73억 달러)에 비해 약 2배 가량 성장했다.

이번 시리즈F 펀딩에는 기존 투자자인 엔비디아를 포함해 메타, 아마존, AMD 벤처스, 인텔 캐피털 등의 신규 투자자가 참여했다. 스케일AI가 창업 8년 만에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력은 뭘까.

스케일AI.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는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데이터 라벨링이란 문서, 사진, 음성, 영상 등 각종 데이터에 각주를 달아 일종의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다. 원천 데이터(사진·영상·음성 파일)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유용하게 가공해 인공지능의 인식률을 높인다. 아이폰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가 세계 인류의 목소리를 인식해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놓는 것도 데이터 학습의 결과물이다.

이미지 검색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사진이 한 장 있다고 해보자. 사람은 비행기를 단박에 인식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무엇이 비행기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비행기’라고 라벨을 붙여줘야한다. 이밖에도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자세 추정(pose estimation) 등을 수행한다. 데이터 라벨링 작업의 양이 많아지고, 꼼꼼할수록 학습 데이터의 품질이 올라가고 인공지능(AI)의 기능이 고도화된다. 라벨링 작업은 사람이 일일이 해야하기 때문에 속칭 ‘온라인판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불린다.

스케일AI의 3D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3D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이미지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이미지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맵핑(지도)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맵핑(지도)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텍스트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의 텍스트 데이터 라벨링. 스케일AI 공식 홈페이지

스케일AI는 초기 자율주행 시스템용 다이어그램 라벨링에 주력하다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학습도구용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인공지능 모델 고도화의 시류를 탄 셈이다.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된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도요타, GM 등 자동차 기업,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 스탠리도 스케일AI의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지난해 2월에는 미 국방부와 2억4900만 달러(3401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미 육군의 로봇 전투 차량 자동화 및 머신·딥 러닝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모든 산업군에서 주목하는 스케일AI는 누가 이끌고 있을까.  

스케일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는 97년생인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 27)이다. 그는 뉴멕시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속 핵물리학자인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다. 부모님의 이력과 성장 환경 때문일까. 그는 미국컴퓨팅올림피아드(USACO)에 출전하는 등 유년기부터 수학, 코딩 및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를 눈여겨 보던 투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드파(Addepar, 2014년 근무), 미국 소셜네트워크 지식 공유 플랫폼 쿼라(Quora, 2014~2016년 근무) 등은 고등학생인 알렉산더에게 입사를 제안했고 그는 10대에 이미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서 기술 관련 업무를 리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MIT에 입학했으나 한 해만에 자퇴하고 루시 궈(당시 22세)와 함께 2016년 스케일AI를 설립했다.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

지난해 스케일AI는 약 6억 7500만 달러(약 9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50% 증가한 수치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스케일AI 공동 창업자 알렉산더 왕,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타이틀 되찾다”라는 기사(5월 21일자)로 AI 업계에 새로운 거물이 나타났음을 예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터 라벨링이 인공지능 개발의 80%를 차지하는 핵심적인 단계이자 새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한다는 특성 때문에 기업의 전망을 밝게 평가한다.

알렉산더 왕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의 미래는 풍부한 데이터, 최첨단 데이터, 측정 및 평가라는 세 가지 요소에 달려있다”며 “데이터 부족에 굴복하지 말고 데이터 파운드리를 구축해 AI를 지원하는 풍부한 데이터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투자 유치로 우리는 이 여정의 다음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범용인공지능(AGI·사람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의 길을 열어줄 최첨단 데이터의 풍부함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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