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에 웬 '1호차'? 재난현장 갔다던 소방서장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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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청사 외경.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청사 외경.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공용차량을 타고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뒤 차량운행 일지를 허위기재한 소방서장 등이 감사에 적발됐다.

26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감사위는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감사 후 이같은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주의와 시정을 촉구했다.

소방재난본부와 25개 소방서에는 기관장이 재난 현장 지휘에 활용하기 위한 승용차 또는 승합자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1호차’로 불리는 이 차는 서울시 공용차량 관리규칙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감사 결과 A소방서장이 1호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차량운행 일지에는 추석연휴 특별경계근무기간인 지난해 9월 28~29일 및 10월 1~3일 매일 오전 2시간씩 화재 취약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기재됐으나, 블랙박스 확인 결과 10월 2일 1호차를 이용해 경기도 소재 골프연습장 주차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서장은 퇴근길 지인에게 받을 물건이 있어 무료 주차가 가능한 골프연습장에 들렀다는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감사위는 골프연습장이 A서장의 퇴근 경로에 있지 않으며, 퇴근 후 공용차량을 개인용무에 쓰는 것도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B소방서장은 지난해 3월 11일 1호차를 이용해 왕복 7시간이 걸리는 다른 지역을 다녀온 사실이 하이패스 이용 내역으로 확인됐다. 차량운행 일지에는 산불예방 활동을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B서장은 타 기관 관계자의 모친상에 다녀왔다고 소명했다. 감사위는 주말에 긴급재난용 차량을 이용해 원거리에 있는 장례식장에 다녀온 것은 정당한 공무로 볼 수 없으며, 관외 출타 보고 없이 장시간 관할 지역을 벗어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방관들이 서장의 출퇴근 운전기사 역할을 해온 점도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소방서별로 서장이 10회 이상 1호차를 이용해 출퇴근한 내역 및 운전자를 조사했더니 30명의 소방서장이 출퇴근한 사례가 1만5657회였다.

그중 서장이 직접 운전한 사례는 24%였으며 나머지 76%는 소방공무원이 운전했다. 서장 출퇴근 때 1호차를 운전한 소방공무원의 90%는 내근직이었으며 10%는 현장출동 인력인 외근직이었다.

감사위는 소방서장이 퇴근 후나 주말에 공용차량을 개인 용무에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 및 업무처리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에게 주의를 주도록 요청했다. 또 차량운행 일지를 허위 작성하는 관행을 바로잡고, 소방서장 출퇴근 때 현장 출동 인력 또는 당직 근무자가 1호차 운전을 하지 않도록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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