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로드킬 최다…운전중 야생동물 발견시 하면 안되는 행동

중앙일보

입력

[숫자로 보는 고속도로 로드킬]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사고가 가장 많은 동물은 고라니였다. 중앙일보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사고가 가장 많은 동물은 고라니였다. 중앙일보

 ‘46.9%.’

 최근 5년간(2019~2023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동물 찻길사고(로드킬)’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0시에서 오전 8시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늦은 밤부터 아침이 밝은 직후까지 로드킬 사고가 가장 잦다는 의미다. 월별로는 5월과 6월 두 달이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26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로드킬 사고는 모두 6078건이었다. 2019년 1561건에서 지난해에는 978건으로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한해 10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셈이다. 월별로는 나들이가 잦아지는 5월이 1374건으로 최다였다. 또 6월이 968건으로 뒤를 이었다. 5월과 6월의 로드킬 건수를 합치면 전체의 38.5%에 해당한다. 7월은 517건으로 세 번째였다.

자료 한국도로공사

자료 한국도로공사

 시간대별로 따져보면 0시~08시 사이가 2851건으로 46.9%에 달했다. 이어서 08시~16시(1860건), 16~24시(1367건) 순이었다. 노선별로는 중부고속도로가 789건으로 최다였고, 이어서 중앙선(736건)·서해안선(624건)·경부선(592건)·당진 대진선(400건)·영동선(383건) 등의 순이었다.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한 동물은 고라니(5100건)로 전체의 84%나 됐다. 도공의 박준홍 생태도로팀장은 “고라니 관련 로드킬 사고가 많은 이유는 상위 포식동물이 없는 탓에 개체 수가 많고, 주로 고속도로 주변 야산에 서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멧돼지(386건)와 너구리(337건)는 각각 6.3%와 5.5%를 차지했다. 오소리(124건)도 100건 넘게 사고를 당했다.

 고속도로 운전 중에 로드킬 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도로전광표지판에 ‘동물 찻길사고 다발구간’ 표시가 뜨거나 도로변에 동물주의표지판 등이 보이면 해당 구간에서는 철저히 전방을 주시하고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언제 야생동물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운행 중에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핸들과 브레이크를 급하게 조작해서는 안 되고, 경적을 울리면서 통과해야 한다. 특히 밤에 야생동물을 쫓기 위해 상향등을 켜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야간 상향등이 일시적으로 동물의 시력장애를 일으켜 그 자리에 멈춰 서게 하거나, 갑자기 차를 향해 달려들게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멧돼지와 충돌해 크게 부서진 차량. 뉴스1

멧돼지와 충돌해 크게 부서진 차량. 뉴스1

 만약 불가피하게 동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뒤따라 오는 차량과의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 사고 차량임을 알린 뒤 가드레일 밖 등 안전한 장소로 신속하게 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신고하면 신속한 사고수습이 가능하다.

 도공은 로드킬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매년 50km의 유도 울타리(동물의 도로 진입을 막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는 총 2949km의 유도 울타리와 142개소의 생태통로(야생동물의 안전한 도로 횡단과 이동을 위한 통로)가 조성돼 있다.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추풍령에 조성된 생태통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추풍령에 조성된 생태통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도공 사장은 “동물 찻길사고는 2차 사고에 의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안전운전 수칙과 비상대응 요령을 숙지해주길 바란다”며 “고속도로 이용객의 안전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예방시설 설치와 생태통로 관리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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