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만 30억' 전원주는 알고있다…돈이 될 종목 고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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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고령화 대응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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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뇌동하지 마라. 이유 없이 따라가면 피본다.”“빌리지 마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때도 있다.” ‘연예계 주식 고수’로 유명한 탤런트 전원주(84)씨가 25년 전 투자 지침서 『짱아줌마 전원주의 딱 열흘 만에 졸업하는 증권학교』에 직접 쓴 증시 어록이다. 전씨는 외환위기가 막 지나간 1999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성장성을 알아봤다. 전씨의 투자 철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2030세대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다. 좋은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전씨는 최근 연일 상승세를 타는 SK하이닉스에 10년 넘게 투자해 9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지금 20~30대라면 은퇴는 앞으로 30~40년 뒤에나 올 먼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한국은 내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전문가의 전망을 요약하면 “고물가·고임금·고금리·고환율이 일상화하고, 세계의 공장은 중국에서 인도·중동으로 넘어가 있을 것”이다. 확 달라질 거시환경에 대응하려면 재테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2030 청년 세대가 가져야 할 투자법을 소개한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있는 전원주씨의 투자 철학도 잠시 빌렸다.

초고령 사회에서 겪을 ‘경제 기후’부터 살펴보자. 고령 사회라고 하면 장기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과 저성장)을 겪은 일본을 떠올리지만, 경제학계의 관측은 정반대다. 영국의 경제 석학 찰스 굿하트는 저서 『인구 대역전』에서 “노령화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논리는 이렇다. 물가는 시장 전체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공급을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줄고, 생산은 하지 않고 오직 수요자 역할만 하는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늘면, 수요가 더 많은 불균형 상태가 계속된다. 비교적 젊은 층인 노동력이 귀해져 임금이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고령화에도 저물가를 유지했던 건 저렴한 중국 상품을 수입하고, 인건비 상승을 중국·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의 생산에 기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는 이 같은 환경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되돌리려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이동하는 현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다른 선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 신흥국 입장에선 달러를 쉽게 벌기 어려워지고, 이는 달러 강세(고환율)로 이어진다.

수요 커질 시장 ‘헬스케어’…프리미엄 소비도 늘어날 듯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투자 자산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선 고금리가 일상화하고, 현금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현금 흐름 창출력이 좋은 채권, 고배당주 등이 선호될 수 있다. 탄탄하게 다져진 실적에 비해 기업 가치가 낮게 형성된 가치주도 선호된다. 미국 주식과 채권 등 달러 표시 자산 또한 강달러 시대에 주목받는 투자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①헬스케어·제약, 묻지마 투자는 낭패=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요가 더욱 커지는 분야도 있다. 의료비 지출 증가에 따른 헬스케어·제약·바이오 산업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헬스케어 분야 중에서도 액체생검(생체검사),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의료 등을 고령화 수혜 업종으로 주목한다. 액체생검이란 혈액·소변 등 체액을 이용해 암을 포함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검사법이다.

문제는 투자 대상이다. 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커지리란 건 분명하지만, 관련 기업 주가도 오를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고령화로 의료비·약제비 등이 급증하자,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기업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1990년대에 제약사의 20%가 사라졌다. 기술 투자·인수합병(M&A) 등으로 대형화에 성공했거나, 수출로 활로를 개척한 기업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성장세가 꺾였다. 헬스케어 산업은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한 데다 임상 성공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량한 국내 헬스케어 기업 300곳을 선별해 투자하는 KRX 헬스케어 300 지수만 봐도 변동성이 상당히 심하다.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도 투자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가 ‘노령화 뉴노멀’…고배당·가치주 투자할 만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②시니어케어와 프리미엄 소비=노인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시니어케어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의 노인이 현명하게 소비하기 어려운 항목으로 실버주택·요양돌봄서비스·돌봄로봇·건강과 운동기구 등을 꼽았다.

자산과 구매력을 갖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면서 프리미엄 소비 분야도 확대될 전망이다. 노인이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여가·스포츠·건강보조식품 등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시니어케어 분야에선 대교·케어링(비상장)을, 프리미엄 소비 분야에선 동아쏘시오홀딩스·노바렉스 등을 관심 종목으로 꼽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③메가 트렌드…AI·로봇·스마트팩토리=인공지능(AI)과 로봇, 스마트팩토리(산업 자동화) 분야도 대표적인 고령화 수혜 섹터로 꼽힌다. AI는 고령화 사회 진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은 물론 군사·의료·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대세가 될 산업으로 꼽힌다. 주요 투자처론 엔비디아·MS·구글·아마존 등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단연 1순위로 거론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도태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투자가 유리하다는 조언도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자동화와 로봇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제품 설계와 개발·제조·유통 등 생산 과정에서 ICT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화 기계 전문기업 히타치 제작소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44% 오른 것도 이 같은 수요 덕이다.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생산시설의 자국 회귀가 늘면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2023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산업 자동화 시장이 4.9% 성장하는데, 리쇼어링 정책이 확산하면 상승률이 6.5%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지멘스(독일), 화낙(일본), 슈나이더 일렉트릭(프랑스), 로크웰(미국) 등이 꼽힌다.

AI·로봇 대표 메가트렌드…우량주 잘 고를 눈 키워야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투자는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을 내다본 장기 투자다. 삼성전자조차도 30년 뒤의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듯, 장기적으로 유망 투자처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업력이 짧은 스몰캡(코스닥 상장사 등 소형주) 기업일수록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은 애널리스트조차, 40년을 내다본 우량주 발굴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때문에 우량 기업에 장기투자하되 주기적인 투자 비중 조절(rebalancing) 차원에서 시장 상황을 꾸준히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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