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숨을 안 쉰다" 신고…멍든 채 숨진 8세 아동, 부모 학대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초 강원 강릉에서 숨진 8세 남아가 생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경찰청은 16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와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부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금융계좌 거래내역 분석, 통신 수사, 참고인 조사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한 끝에 아동학대 혐의를 확인했고, 피의자들도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정밀 부검 결과, 사망에 이르게 할 외상이나 장기손상은 없었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의 유기·방임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구속했다.

지난달 4일 오전 11시 27분쯤 강릉 노암동의 한 주택 방에서 A군 숨진 채 발견됐다.

A군 어머니의 요청으로 삼촌인 B씨가 "아이가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당시 숨진 A군의 왼쪽 눈에는 오래된 멍이 발견됐다.

A군 어머니는 "지난 3일 저녁 아이가 깨어 있다 잠이 든 모습을 목격했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숨을 쉬지 않아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군은 지난 3월 25일 눈에 멍이 든 채로 등교해 이를 발견한 교사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경찰과 시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확인에 나섰으나 A군은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과 전담 공무원은 같은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이로부터 "B씨가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학대 정황을 살피던 중 A군이 돌연 숨졌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담수사팀을 지정해 수사력을 집중했다"며 "조만간 피의자들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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