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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파 - 친노파, 알고 보니 돈 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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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이 붕괴 직전이다. 당이 추진 중인 통합 신당을 '지역당'이라고 규정한 노무현 대통령을 김근태 의장이 비판하고, 여기에 청와대의 재반격이 이어지면서 충돌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신당파와 친노파 간의 '결별'은 이제 대세가 됐다. 누가 먼저 당을 깨고 나가느냐만 남았다. 하지만 "나가라"는 '주장'은 있어도 "나가겠다"는 '호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분당 싸움의 한복판에 돈이라는 변수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당을 지키느냐, 아니면 떠나느냐에 따라 자금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과거처럼 기업으로부터 뭉칫돈을 받는 게 불가능해진 지금 천문학적 액수가 드는 창당 비용 등 자금 문제는 탈당을 결행하는 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자금은 분당(分黨) 논란 와중에 감춰진 '숨은 코드'다.

◆ "당을 지켜야 돈이 보인다"=우선 친노파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든다고 치자. 당내에선 영남파,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 등 친노 직계를 어림잡아 40여 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이 탈당하면 내년 한 해 동안 10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열린우리당에 남게 된 통합 신당파(99명)는 172억원을 챙길 수 있다.

친노의원 40명이 열린우리당의 안방을 꿰찼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당의 법통을 이으면 친노 의원 40명 외에 비례대표 의석(23명) 몫도 차지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노파는 40명이지만 비례대표 몫까지 챙기게 돼 결국 소속 의원이 63명 남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는 친노파 40명 중 비례대표가 없다는 가정 아래 환산한 수치다. 세력을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두둑한 국고보조금(160억원)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때보다 52억원을 더 받게 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요즘 같은 시절에 52억원이면 신당 하나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만약 친노파가 탈당하되 의원 수가 교섭단체(20명)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국고보조금은 현격히 줄어든다. 예를 들어 친노파 의원 15명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면 고작 34억원의 국고보조금밖에 받지 못한다. 반면 열린우리당을 지킨 통합 신당파(124명)는 216억원을 받게 된다. 무려 180여억원의 차이가 난다. 한 재선 의원은 "신당파나 친노파나 탈당을 고려할 때, 돈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당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국고보조금 어떻게 배분되나=내년 정당에 돌아가는 국고보조금는 570억원 정도다. 이 중 절반인 285억원은 원내 교섭.비교섭단체에 배분된다. 나머지 50% 중 절반은 국회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국회의원 총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추가 배정된다. 당에 남아 법통을 지키는 쪽이 '+α'의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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