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훈풍 탄 경상수지, 11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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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수출 호조 웃은 경상수지

반도체 봄바람을 탄 3월 경상수지가 69억 달러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만 상반기 전망치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쌓으면서 연간 목표 상향에도 힘이 실렸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잠정치)는 69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다. 3월 흑자 폭은 2월(68억6000만 달러)보다 소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1분기 경상수지는 168억4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적자 상태였던 지난해 1분기(-59억6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개선됐다. 1분기 기준 역대 4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당초 한은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198억 달러 흑자를 보일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1분기에 이미 해당 전망치의 85% 수준을 채웠다. 예상보다 경상수지 회복세가 빨라짐에 따라 이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520억 달러 흑자)를 올리는 쪽에 가까워졌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아서 (연간)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호조 뒤엔 수출이 버티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가 서비스수지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뚜렷하다. 3월 상품수지는 80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2021년 9월(95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월별 흑자 규모다.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 늘고, 수입은 13.1% 감소한 영향이다. 수출은 여섯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수입은 에너지 가격 안정 등으로 원자재 수입이 줄면서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이 증가한 데엔 반도체 훈풍이 크게 작용했다.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4.5% 증가했다. 주요 수출 품목 중에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다. 메모리 단가가 오르고,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도 회복한 영향이다. 실제로 8기가 D램(DDR4) 고정가격은 지난해 9월 1.3달러에서 지난달 2.1달러로 올라섰다. 한은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24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17억7000만 달러)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특허권·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줄면서 지식재산권수지 적자(-8억 달러)가 2월(-4000만 달러)보다 대폭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여행수지 적자(-10억7000만 달러)도 이어졌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내국인 해외여행 감소로 적자 폭은 전월(-13억6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전반적인 훈풍이 이어지는 경상수지의 변수는 4월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그간 에너지 가격 하락과 함께 내리막을 타던 수입액이 지난달 5.4% 늘면서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수입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상품수지 흑자 폭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4월엔 국내 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이 집중되는 만큼 본원소득수지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여행수지도 해외로 나가는 행렬이 끊이지 않으면서 ‘마이너스’(-) 탈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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