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에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영업이익이 줄었다. ‘500위 기업’ 진입 장벽도 8년 만에 낮아졌다.
8일 기업분석 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 총합은 3902조6459억원으로, 전년보다 3.9%(157조1085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 총합도 전년보다 14.3%(33조7887억원) 줄어든 202조2467억원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면서 이 그룹에 진입하기 위한 하한선도 1조2969억원으로, 전년보다 117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4%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 1위다. 반도체‧전자‧유통 등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전기차 소재·부품 기업과 여행‧여가 업종 등에서 42개 기업이 실적을 개선하며 5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주항공, CJ CGV, 강원랜드 등 여행·여가 관련 기업,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스티엠, 전기차 부품 기업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이다.
500대 기업의 직원 수도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임직원 수를 비교할 수 있는 337개 기업의 경우, 지난해 전체 임직원 수는 전년 대비 1442명 줄어든 132만3037명으로 나타났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 수는 131만855명으로, 1년새 167명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은행권 직원이 전년 대비 1229명(-1.4%)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액은 더 늘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R&D 비용을 공시한 224곳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73조4238억원으로, 전년보다 9.4%(6조2825억원) 증가했다. 500대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같은 기간 3.07%에서 3.39%로 증가해 1년 새 0.3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R&D 투자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28조3528억원을 R&D에 쏟았다. LG전자(4조2834억원), SK하이닉스(4조1884억원), 현대자동차(3조9736억원), 기아(2조6092억원), LG디스플레이(2조3995억원), LG화학(2조857억원), 네이버(1조9926억원), 현대모비스(1조5941억원), 카카오(1조223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기업의 R&D 투자액은 지난해 500대 기업 전체 투자액의 71.8%를 차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R&D로 기술력을 키우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