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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동화 속 마을, 로그너 블루마우 온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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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오스트리아의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는 화가·조각가·건축가·영화감독·정치인·환경운동가였다.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기발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직선적이고 기능적인 현대건축을 비판하여 ‘병든 건축의 치료사’를 자처했다. 55세 늦깎이로 건축일에 투신한 까닭이다.

똑같은 창문의 반복 설치를 전체주의적 폭력으로 치부해 모든 창문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는 ‘창문의 권리장전’을 역설했다.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건물이 점유한 만큼 자연에 되돌린다는 ‘자연과 평화조약’도 맺었다. 기존 아파트를 리노베이션한 빈의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나무 세입자’를 입주시켰다. 집 하나에 나무를 심어 나무가 제공하는 산소와 습기 등을 ‘월세’로 받는 개념이다. 환경운동가답게 빈과 일본 오사카의 쓰레기 처리장을 조형 어휘로 장식해 테마파크 같은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헝가리 접경에 있는 로그너 블루마우 온천은 그의 비전을 실현한 온천 리조트다. 구불거리는 10여 동의 호텔동들은 마치 구릉이 중첩된 초원과 같은 풍경이다. 사이사이 작고 귀여운 건물들은 완벽한 동화 속 마을이며 황금 돔의 본관은 마을의 교회당 같다. 오래된 농가의 폐재료를 재활용해 벽돌집·나무집·돌집을 지었다. 깨진 타일과 도자기를 재사용해 기둥을 세우고 건물 벽을 형형색색의 그래픽 작품으로 바꾸었다. 300개의 색채 기둥과 2400개 각양각색의 창문들은 그 특유의 ‘산발적 양식’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유명한 노천 온천으로 연로한 숙박객들이 많으나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겁고 유쾌하다.

유기적이고 장식적인 작품으로 ‘제2의 가우디’라는 별명도 얻었고 동양 미술에 관심이 많아 이름을 한자로 풀이한 백수(百水)라는 호도 지었다. 비록 후계자들의 작품이나 제주 우도에 훈데르트바서 파크가 최근 개장해 국내에서도 그의 동화적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