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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중국산에 설 자리 잃었다…'양말의 메카' 도봉구 비장의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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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말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도봉구 양말상회 내부. [사진 도봉구]

서울 양말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도봉구 양말상회 내부. [사진 도봉구]

전국에서 양말을 가장 많이 제조하는 지역은 어딜까. 정답은 의외로 서울이다. 전국 양말 생산량의 85.1%가 서울에서 만들어진다. 서울에서도 도봉구는 ‘양말의 메카’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양말의 69.9%를 25개 자치구 중 도봉구 한 곳이 담당하고 있어서다.

양말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봉구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구는 지난달 30일 도봉2동 희망플랫폼 건물 2층에 ‘도봉구 양말상회(도봉양말판매지원센터)’를 조성했다.

145.31㎡(44평) 규모의 양말상회는 도봉구 소재 양말 제조 기업이 만든 양말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도봉구에서 생산한 양말 제품을 상시 홍보·판매한다. 양말 제조사가 업무상 필요한 논의를 하거나 개발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실과 창고도 갖추고 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구 양말상회를 중심으로 양말 산업의 단‧장기적 지원 방안은 물론 양말 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말 생산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 도봉구.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양말 생산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 도봉구.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전국 양말 절반 이상 도봉구서 만들어

서울 도봉구 양말상회가 들어선 도봉2동 희망플랫폼 건물. [사진 도봉구]

서울 도봉구 양말상회가 들어선 도봉2동 희망플랫폼 건물. [사진 도봉구]

도봉구에는 1970년대부터 양말 생산 기업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도 창동·방학동·쌍문동을 중심으로 편직·봉조·가공·완성 분야 양말업체가 분포한다. 무등양말·용신양말·국제양말 등 대형 양말 업체가 도봉구에 자리 잡자, 이곳에 납품하는 소규모 하청 업체도 줄줄이 인근에 공장을 세웠다. 당시에만 해도 서울 외곽이라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했기 때문에 소규모 공장을 세우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점차 양말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19년 302개였던 도봉구 양말 제조사는 지난해 200개로 줄어들었다. 불과 4년 만에 33%가 사라진 것이다. 2013년 약 1억 달러 흑자였던 양말류 무역수지도 2022년 4406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유럽연합(EU)·미국 등지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RE100(재생에너지100%) 등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의 수입을 줄이면서 타격을 받았다.  홍국표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도봉2)은 “양말 제작과정에서 폐기물이 발생하는 기계로 제작한 양말의 거래를 중단하는 해외 기업이 늘어난 탓에 국내 주요 양말 제조사는 해외 판로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엔 친환경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봉구 일대 양말 제조 공장들이 환경부 주관 ‘스마트 생태 공장 구축 사업’에 공모해 폐기물·탄소 저감 설비를 도입하는게 대표적이다. 홍국표 의원은 “노후화한 도봉구 양말 제조사의 기계 설비를 폐기물·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설비로 현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 경제정책실과 함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청이 지난달 30일 도봉구 양말상회(도봉양말판매지원센터)를 조성했다. [사진 도봉구]

서울 도봉구청이 지난달 30일 도봉구 양말상회(도봉양말판매지원센터)를 조성했다. [사진 도봉구]

도봉구, 양말 공동 브랜드 개발해 대응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도봉구 양말상회’에서 도봉 양말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도봉구]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도봉구 양말상회’에서 도봉 양말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도봉구]

도봉구가 이번에 양말상회를 연 것도 양말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양말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봉구는 ‘2024년 양말제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진행 중이다.

종전 저가·단순 하청구조의 양말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노력도 꾸준하다. 현재는 도봉구를 중심으로 도봉 양말 제조업을 댑교할수 있는 공동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도봉양말제조연합회·서울시양말제조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도봉산이나 도봉구 캐릭터(은봉이·학봉이) 등을 적용한 공동브랜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또 해외시장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도봉구 중소기업 해외무역사절단’을 구성하고 온라인 판매 홍보나 해외 현지 시장조사 등을 지원한다. 이밖에 국내외 전시·박람회 참가 시 부스 임차료 등을 지원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수출 멘토링이나, 잠재 바이어 발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지난해 도봉구가 우리나라 양말산업의 메카로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 올해는 양말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국내외 홍보·마케팅 등 지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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