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원경의 돈의 세계

트럼프와 픽업트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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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영상(사진)을 올렸다. 성조기와 함께 ‘트럼프 2024’라는 스티커를 단 픽업트럭 후미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결박당한 채 누워있었다. 해당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차량 스티커용으로 판매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픽업트럭 신차 ‘사이버트럭’을 첫 고객에게 배송했다. 트럭 양산에 어려움을 예상한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탄식했다. 악몽이 현실이 되었나 보다. 지난달 테슬라가 일시적이지만 사이버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가속페달 문제와 높은 가격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기에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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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명인 사례를 보며 미국인의 유별난 픽업트럭 사랑을 생각해 본다. 자동차의 천국 미국에선 짐을 넉넉히 채울 수 있는 픽업트럭이 판매량 1위다. 지난해 포드 F-시리즈가 1위를 차지한 브랜드다. 그런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가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판매량에서 포드 ‘레인저’를 앞섰다. 올해 누적 1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2007년 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후 관계자는 이런 발언을 했다. “픽업트럭만큼은 미국이 양보할 수 없을 만큼 강경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쌀 만큼 민감한 품목이다.”

당시 미국은 자동차 시장 개방에 합의했지만 픽업트럭만은 예외였다.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21년까지 유지했다. 픽업트럭은 트럼프 재임 시 한·미 FTA 개정을 이끈 주역이었다. 미국 측 요구로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41년까지 연장했다. 우리 기업은 높은 관세 장벽을 오래 마주해야 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생산이라는 결정으로 돌파구와 성과를 만들어냈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건 이런 글로벌 경쟁력만이 우리 기업의 필살기다. 불확실성에서도 빛나는 건, 판을 읽는 승부수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