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내년 생산분 완판, 12단 제품 3분기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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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AI 반도체 비전 공개

“HBM(고대역폭 메모리) 과잉공급 위험은 없다.”

AI(인공지능)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는 상승-하강을 오가는 ‘사이클(cycle·주기) 산업’이 아닌 ‘수주 기반 사업’이요 ‘완판 사업’이라고, SK하이닉스가 선언했다. 회사의 주력 상품인 AI 반도체용 HBM이 “올해는 물론 내년 생산분도 거의 완판됐다”는 정보도 함께 풀었다. 엔비디아의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TSMC와도 공동 설계 수준의 더 깊은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2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 주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지 12년 만에 국내 사업장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다. 회사는 HBM으로 대표되는 AI용 메모리 반도체 강세에 올라타, 지난 1분기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날 곽 대표는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D램 칩을 8단으로 쌓은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며 AI용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이보다 메모리 용량을 높인 12단 HBM3E를 2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는데, SK하이닉스도 걸음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김주선 사장(AI 인프라 담당)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는 AI 시대가 열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구조부터 바꿔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았다”라며 “지난해 AI 메모리(HBM, 고용량 D램 모듈) 매출은 전체 시장의 5%를 차지했으나, 2028년에는 6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AI 서버용 eSSD, 온디바이스 LPDDDR5 등 AI용 메모리 포트폴리오도 갖췄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0조원을 충북 청주 M15x 팹에 투자해 2026년 3분기부터 HBM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HBM에 사활을 걸었기에, 일각에선 ‘HBM 공급 과잉’을 우려한다. 그러나 곽 대표는 “HBM은 일반 메모리와 달리 고객과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공급량을 늘린다”고 일축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의 삼각 동맹을 과시했다.“글로벌 탑티어(Top-tier)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파트너와 원팀으로 협업해 최고 제품을 적시에 개발·공급하겠다”라면서다. 회사는 지난달 TSMC와 차세대 패키징을 위한 기술 공동개발 협약(MOU)을 맺었는데, 김주선 사장은 “모든 게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 되는, 기존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기술 교류”라고 이날 설명했다. 시프트 레프트(원점 회귀)란 출발점부터 문제를 다시 살핀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HBM을 TSMC가 받아서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라, 메모리·비메모리 간 구분을 넘어 양사가 AI 고객용 맞춤 HBM을 함께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세워 2028년 하반기부터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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