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110억 전세사기단…신입사원 교육에 사칙도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도권 일대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조직의 사칙. 사진 서울청 형사기동대

수도권 일대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조직의 사칙. 사진 서울청 형사기동대

100억원 대 전세 사기를 벌인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벌여 임차인 75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1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총책 A씨(43) 등 6명을 구속하고 부동산 업자, 브로커 등 총 1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8월 서울·인천·경기 등에서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자본금 없이 빌라, 오피스텔 등 주택 428채를 구매하고 임차인 7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을 위해 가족, 동창, 전 직장동료 등을 모아 서울 은평구에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설립했다. 조직적인 범행을 위해 사장·부장·과장 등 지휘체계를 만들고 수시로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일일 업무보고, 월별 실적취합, 간부들 회의, 신입직원 교육’ 등을 했다.

조직관리를 위해 회사 사칙까지 만들었다. 사칙에는 ‘회사 SNS 대화방 알림을 항상 켜두고 확인한다’ ‘고객 통화는 반드시 사무실 안에서 하고 미팅이 끝나면 부장과 사장님께 보고한다’, ‘매일 퇴근 전 각 팀장에게 간략하고 상세하게 업무보고를 한다’ 등 10여개의 조항이 있었다.

이들은 임대차 수요가 높은 수도권 중저가 빌라와 오피스텔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특히 매매와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매물을 찾은 뒤 전세보증금을 실제 매매가보다 부풀려 계약했다. 임차인들에게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도 악용했다. 피해자들이 HUG에서 대위변제를 받아 이사를 간 뒤공실이 나오면 월세(60∼100만원)로 변경해 1억 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계속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주택 75채를 몰수 보전하고 부장단의 리베이트 수익금 4억3000만원 상당을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보험 가입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임차인들도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는 물론 HUG 안심 전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