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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물가 '2%대' 낮아졌지만…배 103%, 사과 81%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만에 2%대로 둔화했다. 고물가를 견인하던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폭이 전달보다 소폭 내려앉은 영향이다. 하지만 주요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데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3%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서민의 생활과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재개하고 있다”면서도 “국제유가 변동성과 기성 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올해 1월(2.8%) 이후 2월(3.1%)과 3월(3.1%) 모두 3%대를 기록하다가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앞서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4월에도 3%대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예상외로 둔화세로 돌아서면서 한숨 돌린 모양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폭이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2.4% 하락했다. 1년 전보다는 10.6% 상승하며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3월 상승 폭(11.7%)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줄었다. 백지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과일·채소의 경우 기상 여건이 좋아지면서 작황이 개선됐고, 정부 수입 물량이 풀리면서 상황이 나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는 0.77%포인트로 3월(0.86%포인트)보다 줄었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3월(2.4%)보다 0.2%포인트 상승률이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3월엔 2.4%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 속에 석유류 가격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석유류 가격은 3월 1.2%, 4월 1.3%로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다. 다만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워낙 중동 정세가 불안정했는데 석유류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국민이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실제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 지수'는 1년 전 대비 3.5% 상승했다. 3월(3.8%)보다는 오름폭이 축소됐으나 전체 물가상승률(2.9%)과는 0.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생선·채소·과일 등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도 1년 전보다 19.1%나 올랐다. 신선식품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다.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불안한 흐름이다.

신선식품 중에선 신선과실(38.7%)과 신선채소(12.9%)가 크게 뛰었다. 특히 과일은 사과(80.8%)·배(102.9%) 등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공미숙 심의관은 “사과와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 자체가 적어서 올해 물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500억원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며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나섰다.농산물할당관세 적용, 비축 물량 방출,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이다. 정부는 자금 투입과 함께 기상·수급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제철과일이 소비되기 시작하면 과일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참외부터 시작돼 이달 수박, 복숭아·포도는 6월부터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4∼6월은 사과·배 소비 비중이 떨어지는 시기"라며 "연중 소비 가운데 5월의 비중이 사과는 6.7%, 배는 4%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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