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에 헛물만 켰네…다시 보이는 ‘4.9% 주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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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고정금리가 들썩이더니 최고 금리는 5%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주담대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뛰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5~4.9%로 집계됐다. 최고(상단) 금리는 4월 초(연 3.59~4.69%) 대비 0.21%포인트 오르며 5% 선에 다가서고 있다. 최근 3% 초반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4월 초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주담대의 하단 금리가 3.39%였다가 현재(4월 29일 기준) 연 3.54%로 올랐다. 연초 이후 하락세를 그리던 주담대 변동금리도 4월 말 상승 전환해 연 5.6%를 넘었다.

최근 주담대 고정·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특히 고정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등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연 4%에 육박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AAA)금리는 지난 29일 연 3.956%로 올해 들어 0.251%포인트 상승했다. 연초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연 3.7%대로 밀려났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형 지표 금리인 코픽스는 시장 금리 변화를 늦게 반영한다”며 “5월부터 고정형 금리형 주담대상품뿐 아니라 변동금리 상품의 오름세도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출 금리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국내외 시장 기대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5~6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1~2회로 줄었다. 피벗(통화정책 변화) 시기가 아예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최근 석달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와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Fed의 논의가 올해 금리 인하횟수에서 연내 금리 인하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오는 5월 2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선 기준금리가 동결할 확률은 30일(한국시간) 기준 97.3%다.

최근 주담대 대출 잔액이 늘었다는 점도 국내 대출 금리 오름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440조7560억원으로 넉달여 만에 8조8261억원(2%) 불어났다.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위해 주담대 가산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비 대출자의 고민은 깊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늦춰지면서 고금리와의 동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대출자에겐 변동 금리형 주담대보다 고정형(혼합형) 상품이 낫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희수 신한PWM 일산센터 부지점장(PB)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는 데다 금리 인하 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신규 대출자에겐) 당장 금리 0.5%포인트 이상 낮아 이자 부담이 적은 고정금리형 주담대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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