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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처럼…한국전 영웅에 첫 ‘명예의 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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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5월 한국전 참전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5월 한국전 참전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에서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6·25 참전용사 랠프 퍼켓 주니어(97)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의 조문행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열렸다. 지난달 8일 작고한 고 퍼켓 대령의 마지막 길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1926년생인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일 평안북도 소재 205고지 진지를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6회에 걸쳐 사수하고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 이 공로로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퍼켓 대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고,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는 그의 휠체어를 직접 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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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퍼켓 대령의 모토는 ‘추운 날씨, 비가 오는 날씨, 누군가 당신에게 총을 쏘는 등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자리에 있으라(Be there)’였다”며 “6·25 참전 용사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도 옳은 일을 했으며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열망해야 할 본보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조문행사에서 한국계인 미 육군 군악대 소속 에스더 강 하사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조문행사에서 한국계인 미 육군 군악대 소속 에스더 강 하사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05고지 전투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10대 1로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임무를 완수했다”며 “퍼켓 대령은 병사들을 명예롭게 이끌기 위한 힘과 결의, 용기를 기도했을 것이며 그 기도는 이뤄졌다”고 추모했다.

이날 행사는 의사당 2층 중앙의 원형 홀인 로툰다에서 ‘명예 안장(lying in honor)’ 형식으로 진행됐다. 로툰다홀은 ‘의사당의 심장’이라 일컫는 곳으로, 전·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및 군 지도자 등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인사들이 사망했을 때 이들의 유해를 안치해 조문을 받는 장소로 쓰인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의 유해가 이곳에서 조문을 받았다. 6·25 참전용사 가운데 이곳에서 조문행사가 거행된 것은 고인이 유일하다.

이날 행사에선 서울 출생으로 네 살 때 미국에 이민 온 한국계 군인 에스더 강 하사가 추모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미 육군 군악대 소속인 강 하사는 군악대 연주에 맞춰 찬송가 ‘저 장미꽃 위에 이슬(In the Garden)’을 불렀다. 강 하사는 “추모식이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자원했다”며 “이날 (한국계로서 6·25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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