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 5분기 만에 탈출한 삼성, 2분기부터 5세대 HBM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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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1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지난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하반기까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황이 뚜렷하게 살아나면서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다시 30조원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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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조9156억원에 영업이익 6조60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영업이익은 931.9% 뛰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은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70조 원대에 복귀했다.

‘꾸준한 효자’ 갤럭시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들이 제품 체험존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들이 제품 체험존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양호한 실적으로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매출 33조5300억원에 영업이익 3조5100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갤럭시’가 책임졌다.

지난 1월 출시된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갤럭시S24 시리즈가 실적을 견인했다. 애플 아이폰보다 한 발 앞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성공이다. S24 시리즈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도 역대 S시리즈 사전예약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초반부터 흥행했다. 프리미엄 모델인 S시리즈가 잘 팔리니,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직전 분기 대비 약 30% 오르는 등 수익성도 좋아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신제품이 없는 2분기에는 시장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반도체 흑자 냈지만…SK하이닉스만 못해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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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1400억원,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모두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바닥을 쳤던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음을 확인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생성형 AI로 인해 정보기술(IT) 시장 전반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D램·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까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HBM 공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낸드 모두 예상보다 견조한 업황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부스를 찾아 친필 서명과 ‘승인(Approved)’ 서명을 남겼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부스를 찾아 친필 서명과 ‘승인(Approved)’ 서명을 남겼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당초 업계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2분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의 HBM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삼성의 HBM3E는 미국 AMD를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부 기대와는 달리 반도체 부문 영업 이익은 2조원을 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막대한 시설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숙제는 여전히 풀지 못하며, TSMC에 밀려 반등 움직임을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SK하이닉스가 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영업이익(2조8860억원)을 달성한 것과 대조된다.

힘 실어준 가전 ‘깜짝 실적’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가전사업부는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기능을 탑재한 세탁건조기·로봇청소기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생활가전 사업을 전면에서 이끌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 부회장은 최근 “삼성처럼 많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없는데 그만큼 연결성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장기적으로 TV·가전이 ‘AI 홈’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제품 간 연결성 강화에 지속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시설·R&D 투자는 계속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액으로 총 11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반도체에 9조7000억원과 디스플레이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전년 동기 대비 시설투자액을 6000억원 늘렸다. 연구개발(R&D)에는 7조8200억원을 투입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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