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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 낄 자리 없는 국힘…"여당 패싱, 레임덕 정당 추락"

중앙일보

입력

28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모습. 연합뉴스

28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국민의힘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했다. 김민수 대변인 명의로 “이 대표는 총선 전까지 민생이라는 이름표를 붙히고 여덟 차례나 대통령과 회담을 요청했다. 그간 외쳤던 민생이 진심이었는지, 극단적 이기심이 만들어낸 망국의 정쟁용 회담이었는지를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는 논평을 낸 게 전부였다.

국민의힘은 성사부터 의제 설정에 이르기까지 이번 회담 실무에 전혀 개입하지 못했다. 회담장 배석자에도 국민의힘 인사는 없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에 전화를 걸어 회담을 제안한 것부터가 ‘여당 패싱(무시)’의 시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도, 야당도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일을 추진했다는 무력감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정권심판론으로 총선을 이긴 야당 역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번 회담 정국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몇 차례의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으로 대통령실-여당 간 공조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도부 공백이 20일 가까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에 뭘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여권 관계자)는 얘기다.

수도권 원외(院外) 낙선자인 김영우 전 의원(서울 동대문갑)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영수회담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의힘을 레임덕 정당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민생현안 법안, 특검법 등 결국 국회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들이 여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이 배제된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참패 후에도 개혁도 없고 당정관계 개선도 없이 그저 안정 속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는 국민의힘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갑에서 4선에 도전했다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SNS에 “모처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회담 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재명 대표에게는 국회 운영 방식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야당과 일상적인 국정협의가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 대표는 소수여당을 국회운영의 주체, 타협과 합의의 당사자로 존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29일 오전 윤재옥 원내대표 주재로 세 번째 당선자총회를 열어 당 수습방안을 재논의한다. 당장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구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총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등 원내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일부 오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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