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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생인권조례, 정치적 이슈화는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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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에 반발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에 반발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시의회 폐지안 의결…교육감 거부권 검토

교권 보호, 학생 의무도 담을 보완책 마련하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12년 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했다. 지방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의결한 건 충남에 이어 두 번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즉각 반발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뜻도 밝혔다. 조 교육감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시의회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전체(111석)의 3분의 2를 조금 넘는 의석(75석·67.6%)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만들 때부터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에선 2012년 시의회 의결로 조례를 제정했다. 초기에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학생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반발하는 교사가 적지 않았다. 이후 10여 년간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학생 체벌 금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조례 시행 이후 교육 현장의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는 데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동시에 학생 인권이란 한쪽만 강조하면서 교권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생 인권 보호와 교권 보호는 절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양쪽이 보조와 균형을 맞춰 함께 가야 한다. 학교는 학생만의 공간도, 교사만의 공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훈육하는 건 교사의 책임이자 의무다. 학생 체벌은 폐지하더라도 교사가 다른 방식으로 훈육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이 필요했다.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공세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진작에 유효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교육부와 교육청의 직무 유기다. 교육부는 조례 개정 예시안을 제시했지만 일부에선 현행 조례보다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학생인권조례의 존폐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에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 지방의회의 정당별 의석 분포와 별개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조례가 있건 없건 학생 인권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현행 조례의 긍정적 측면은 살리되 학생의 책임과 의무, 교권 보호 등을 함께 담을 수 있도록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