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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붙잡으며 FTA·CPTPP 등 무역 협력 굳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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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통상 파고 대비 전략은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의 속임수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바이든은 최근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트럼프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지만, 외교와 경제 문제에 대한 지지도는 트럼프에 한참 밀리고 있다. 바이든이 11월 대선까지 판세를 뒤집으려면 중국 관계 등 대외문제에서 트럼프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겨냥한 전방위 공세 강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1기보다 과격할 트럼프 2.0은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에 충격

대미 무역흑자 관리하는 한편
미국 편중 외교에서 벗어나야

그만큼 트럼프의 과격한 외교 및 경제 정책이 미국 유권자에게 먹히고 있다. 2016년 극단적인 언행과 폐쇄 고립적 정책을 쏟아내면서 백인 보수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던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는 ‘트럼프 2.0’은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에 더 큰 충격적 변화를 예고한다.

동맹을 부담으로 여기는 트럼프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방국의 안보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 트럼프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여기고, 인권 같은 가치보다 경제적 실리를 중요시한다. 그는 특히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무임승차해 온 유럽에 냉담하다. 유럽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발을 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유럽과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 했다가 측근의 만류로 이를 보류하고 이 문제를 2기 행정부에서 다룰 우선 과제로 남겨 놓았다는 증언이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동맹국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거래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불리한 조건으로 조기 종전시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트럼프가 대만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다만 2주 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는 미국보다 유럽에 더 중요하지만 미국에도 중요하다”며 미 하원의 61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언행만으로 동맹국의 우려를 씻기는 어렵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기 어려운 시대, 트럼프가 몰고 올 수 있는 안보 구도의 변화는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관세 사나이(Tariff man)’라고 부를 정도로 관세를 대외 경제 문제를 푸는 주요 수단으로 생각하고,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제 철학을 갖고 있다.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곧이어 한국과 캐나다·멕시코 등과의 FTA 재협상을 밀어붙였다.

트럼프 2기, 중국과 디커플링 추구

트럼프가 약속한 2기 대외 경제 정책은 1기에 비해 한층 더 과격하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양국 관계에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중국의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5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10% 내지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과감한 대 중국 압박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트럼프의 4년 임기 동안 중국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무역 적자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사실상 1기 대중 정책의 실패를 맛본 트럼프는 2기에서 사실상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구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중 교역량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연간 5750억 달러에 달하는 양국 간 교역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와 중국 기업의 미국 자산 취득까지 금지하겠다고 했다. 이런 극단적 공약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전 세계 공급망과 무역 구조가 뿌리부터 재편되는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

트럼프의 또 다른 중요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1조 달러를 넘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극약 처방이다. 트럼프는 2018년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유럽 등 우방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10% 관세는 품목과 수출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입품에 부과되는 보편 관세다.

이런 식의 무차별적 관세는 1930년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이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에 따라 모든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20% 가까이 인상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는 당시 무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와 세계 무역거래를 급격히 감소시켰고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번 트럼프의 10% 보편 관세도 무역 상대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1930년대와 같은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2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해 그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 혹은 낮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FTA 국가에도 10%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미국과 FTA 상대국 간에 심각한 통상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진영 내 협력 체제 약화 전망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보다 근본적으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 구축된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중심의 경제 블록’ 으로 ‘중국-러시아 중심의 경제 블록’ 에 맞서는 전략을 펼쳐왔다. 주요 7개국(G7) 회의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미국-EU 간 무역기술회의(TTC),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층적 협력 관계의 배경에는 모두 중국 견제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는 트럼프는 동맹과의 협력체에 맡기기 보다 미국 단독의 대 중국 대응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다자간 경제 체제의 퇴조 속에서 그나마 작동해 온 진영 내 협력 체제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트럼프의 재집권은 세계 안보 및 무역 질서에 혼란을 초래하고 한국 경제에도 전반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실현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혹은 그 캠프 내 인사와의 소통 채널 구축이 급선무다. 트럼프 2기에는 1기 때 트럼프의 충동적 행동과 일탈을 억제했던 견제 세력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트럼프 혹은 캠프 내 인사들과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졌다. 게다가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관세 및 통상 정책은 아직 디테일이 확고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측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지키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일본이 트럼프 집권에 대비해, 트럼프 측과 친분이 있는 관료를 주미 대사로 임명하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방미해 트럼프와의 면담을 추진하는 등 트럼프 측과의 관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CPTPP 가입 서둘러야

한편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관리하고 축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에 8대 무역 적자국(한국 입장에선 흑자)이다. 지난 5년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3년 기준 44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만약 트럼프가 중국에 6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대미 무역 흑자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대미 무역 흑자는 트럼프가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고, 우리가 트럼프 정부와 다른 현안을 논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협상력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고립주의가 심화할수록 우리는 다른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시대에 통했던 미국 편중 외교와 경제 협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심화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심화하고, 중국과의 교역 및 경제 협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여타 국가와 협력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트럼프 집권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