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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나와 월 114만원 돼지농장 취업"…통계보다 심각한 中실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 11일 중국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열린 잡페어에 몰린 인파. 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11일 중국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열린 잡페어에 몰린 인파. AFP=연합뉴스

"요즘 중국 대학교 졸업생 3분의 1은 실업자일 것"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중국 인구 조사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중국 청년 실업률이 정부 발표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이렇게 전했다. 중국 당국 10년마다 발표하는 인구 조사 자료와 통계연감을 활용한 추정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16~24세 청년의 실업률은 2020년 25.2%였다. 전체 청년실업률의 1.8배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현재 대학교 졸업생 3명 가운데 1명은 직장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청년(16~24세) 실업률이 전월과 같은 15.3%라고 발표했다. 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은 청년이 실업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중국 청년 실업이 심각한 이뉴는 중국 경제가 부진에 빠지면서 일자리 규모가 정체하고 있는 데 반해 대학교 졸업생 수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학교 졸업자 수는 2000년보다 1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중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35세 미만 청년이 갖게 될 임금 프리미엄은 2007년 72%에서 2018년 34%로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임금만 놓고 본다면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유인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24년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셔터스톡

2024년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셔터스톡

실제로 요즘 중국 대학생들은 바늘구멍 같은 사기업 취업에 도전하기보다는 공무원 시험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궈카오)에는 303만3000명이 응시했다. 역대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는데, 전년보다 16.7% 증가했다. 경쟁률은 77 대 1에 달했다.

졸업을 앞둔 한 베이징대 학생은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며 “대학교 졸업장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정부는 지난해 대학교 61곳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더 많은 졸업생이 첨단 산업 등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농사를 짓자'. 사진 아이치이 캡처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농사를 짓자'. 사진 아이치이 캡처

그러면서도 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신(新) 하방(下放)’ 띄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연예인들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한 윈난성 출신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월급 6000위안(한화 약 114만 원)을 받는 걸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학 졸업자도 농촌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 “농촌 재생 최전선에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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