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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제대로 깨닫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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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총선 참패 후 첫 발언 지엽적 문제에 천착

본인의 일방통행 스타일·태도를 성찰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22대 총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육성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을 향해 국정 운영의 변화 요구가 쇄도하는 시점이어서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윤 대통령은 민심이 정권을 떠난 이유와 관련,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건 지엽적인 얘기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의 쓰나미가 여당을 덮친 것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 본인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결정적 요인이다. 총선의 분수령이 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파동에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대사를 무리하게 출국시켜 민심을 자극한 장본인이 누구인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김기현 대표 내려꽂기, 문답의 기자회견 기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에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모습만 보여줘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중도층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정책보다는 정치가, 스타일과 태도가 문제였다. 윤 대통령의 어제 발언엔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남은 3년 임기가 매우 불행해진다는 게 이번 총선의 민의라는 점을 윤 대통령이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그나마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저부터 잘못했고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니 국정 운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거대 야당에 대한 메시지가 빠진 것도 아쉽다. 윤 대통령이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는 했지만, 총선 참패 후 첫 공개 발언이란 점을 감안할 때 보다 분명하고 전향적인 협치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 22대 국회에선 여야 협치 없이는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새 총리 임명도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22대 국회 개원 전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 의료계 파업을 비롯한 여러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잘할 것이냐가 국민들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면서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젠 레토릭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회초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부터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