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흔들리는 외환시장, 정치권이 불안 더 키우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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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갚아야 할 국고채 처음으로 100조원 돌파

이 판국에 13조원 현금 살포하자는 무책임 야당

외환시장이 심상찮다. 그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00원 선을 넘어섰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던 2022년뿐이었다.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16일(현지시간) 최근 양국 통화의 가치 하락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일 경제수장이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공동 구두개입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역대 네 번째 1400원대를 찍었다고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외부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갈 가능성에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거세졌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아시아 다른 통화에 비해 유난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9조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이 이달에 집중된 점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고유가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나 내수 부진, 총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 등 내부 요인도 원화 약세를 키운 측면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7%로 대폭 올리고 세계 성장률도 3.1%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은 그대로(2.3%) 유지한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잘나가는 미국 경제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대고 있다. 중동 위기나 미국 경제 호황 같은 외부 변수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는 위험 관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외환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잘못은 없는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내년 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고채 물량이 102조원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고채 발행을 줄이고 있지만 전임 정부가 코로나 재난지원금 등을 위해 공격적으로 발행했던 국고채 물량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경제와 민생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며 선거 때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포함한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제안했다. 25만원을 전 국민에게 주려면 13조원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현금 살포를 위해 추경을 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엊그제 입장 발표를 보고 “가슴이 확 막히고 답답해졌다”고도 했다. 빠듯한 재정 형편을 외면하고 서민을 위해 써야 할 나랏돈을 전 국민에게 나누자고 하면서도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 대표를 보면서 ‘가슴 답답해 하는’ 국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