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드론·미사일 섞어쏜 이란…北 ‘교범’ 역할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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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이 한반도 군사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300여발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섞어쏜 이란의 공습 방식을 북한이 흉내낼 수 있단 측면에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한 공격을 할 경우 군사적으로 방어가 가능할지를 두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대응 방향과 미국의 개입 강도가 북한 입장에서도 참고 사례로 삼을 만한 여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 공습에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가동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 공습에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가동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드론·미사일로 ‘제파식 공격’ 

이란은 이번 공습에서 폭탄을 탑재한 공격용 드론 170여대와 30여기의 순항미사일, 120기가 넘는 탄도미사일들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지만 치명적인 타격은 입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현지시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300개 이상의 이란 드론과 미사일의 99%가 이스라엘과 동맹에 의해 요격됐다”며 “이스라엘 영토에 도달한 것은 불과 몇 개의 탄도미사일뿐이고, (네게브 사막의) 공군기지 한 곳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서 이란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서 이란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술적으로 보면 이란은 '제파(諸波·waves) 식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빈틈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 다른 종류의 부대로 연속 공격을 펼쳐 돌파구를 만드는 파상 공세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란이 자폭형 드론 샤헤드-136을 먼저 띄워 일종의 미끼로 삼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 사이 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 지면과 가까이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교란하는 게 가능하다고 봤을 수 있단 것이다.

이란은 실패했지만 한반도 대입하면 얘기 달라질 수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에 가한 로켓포 기습 사례가 이번 공습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하마스는 6000여발에 가까운 로켓포를 약 20분 동안 퍼부었다. 짧은 시간 대규모 물량 공세에 이전까지 90% 요격률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란의 드론 170여대는 아이언돔을 뚫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일들도 미·영의 정보자산 등을 활용한 이스라엘의 애로우 방공 시스템이 대부분 막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부지구 포병부대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부지구 포병부대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그런데 한반도에 대입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질러 최소 1500㎞를 날아가야 하는 이란 미사일과 좁은 한반도에서 발사되는 북한 미사일은 위협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한반도에서 공습은 단시간 내 탐지와 요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란의 공습을 막을 때보다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미의 다층 방공 시스템이 북한의 동시다발 ‘섞어쏘기’와 ‘물량 공세’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유사시 로켓포 또는 드론의 역할을 할 북한 장사정포는 현재 340여문이 수도권을 향해 배치돼 있다. 산술적으로 시간당 최대 1만 발 이상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북, 미국의 대응 수위에 주목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를 눈여겨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군사력이 분산되면 대북 억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만 문제 등 다수의 위험 지역을 관리하고 있어 군사적인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점을 간파한 이란이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원에서 정치적 의미의 공습을 했다고 본다”며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국가들간 연대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중동에 발이 묶여 있으면 북한에게는 고무적”이라며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이란이 공격을 한 건 ‘말발’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뜻으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놓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회의를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놓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회의를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가 향후 북한에 지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냉전 이후 핵을 갖지 못한 나라의 정규군이 핵보유국을 1대1로 공격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북한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국지적으로 한국을 공격할 때 핵을 통한 확장억제를 강조하는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북한의 관심사”라며 “이번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응에서 북한은 함의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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