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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이제 쉽게 못 사먹나…아프리카 카카오 초토화 그후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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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의 가루 코코아 가격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t당 1만 달러를 돌파하며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가뭄에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저렴했던 초콜릿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여 앞으로 값비싼 명품 디저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 농부가 지난 2023년 10월 23일 나이지리아 오모 삼림 보호구역 내 농장에서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카오 농부가 지난 2023년 10월 23일 나이지리아 오모 삼림 보호구역 내 농장에서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코아, 최초 1만 달러 돌파


11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1만547달러(약 144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처음으로 1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9000달러 선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1만 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000~3000달러로 안정적이었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4000달러를 넘더니 4개월간 2배 이상 급상승했다. 코코아 가격 상승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중기적으로는 약 6000달러 선을 따라 하락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코코아 가격이 최근 몇달 동안 급등한 이유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제카카오기구(ICCO)는 2023~2024시즌에 카카오 공급량이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에서 크게 줄었다. 생산량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트디부아르는 2022~2023시즌에 224만t을 수확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보다 20% 감소한 180만t이 예상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폭우·가뭄' 엘니뇨에 초토화


카카오나무가 잘 자라는 서아프리카 '카카오벨트'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카카오 재배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찾아오면 혹독한 폭우와 폭염이 발생한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이 있는 서아프리카는 지난 여름 엄청난 폭우가 내리면서 카카오나무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이 창궐했다. 이어 겨울엔 가뭄이 들면서 카카오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카카오나무는 기후에 민감하다. 땅에 습기가 많고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즉 따뜻한 기온에 비는 꾸준히 내려야 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기에 가난한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 등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도 불거졌다. 카카오나무는 심은지 20년이 넘으면 열매가 줄어들어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하는데,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부들은 이를 충당할 돈이 없다. JP모건의 농산물 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은 "카카오 농부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지만, 실제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아울러 코코아 선물 가격이 치솟자, 오랫동안 이 상품을 거래하지 않았던 헤드펀드 등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초콜릿 가격도 덩달아 인상…"고가 사치품될라 "

지난 3월 21일 런던 남서부의 한 초콜릿 가게에 고급 수제 벨기에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이 가게 주인은 높은 코코아 가격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아 25년 동안 운영해 온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 런던 남서부의 한 초콜릿 가게에 고급 수제 벨기에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이 가게 주인은 높은 코코아 가격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아 25년 동안 운영해 온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AP=연합뉴스


FT·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초콜릿 업계도 타격이 크다. 세계 최대 초콜릿 제조업체인 스위스의 배리 칼레바우트 주가는 지난해 초 이후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초콜릿 가격도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고급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 측은 10일 "평균 한 자릿수 인상률을 예상한다"면서 "카카오 가격은 내년 말까지 많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외 허쉬·마즈·린트 등 대형 초콜릿 브랜드도 결국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 대신 제품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견디고 있는 업체도 있다. JP모건의 유럽 필수소비재 책임자 셀린 파누티는 "코코아를 적게 넣고 과일·견과류를 더 많이 넣는 초콜릿 바를 만들거나 크기를 줄이고 있다"면서 "이 방법이 오래가진 않고, 결국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초콜릿 구매를 줄이고 할인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 CBS뉴스는 "초콜릿이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줄고 있다"면서 "초콜릿이 더욱 비싸지면서 고가의 사치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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