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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등 ‘밸류업’ 정책 좌초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10 총선에서 야당의 압승으로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의 ‘레임 덕(임기 말 권력 누수)’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기존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에서 자주 반복한 ‘당정 경제 정책 드라이브→거야(巨野) 주도 입법 브레이크→정책 불발’ 구도를 재현할 수 있다.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減稅) 정책이 무더기로 ‘소화불량’에 빠질 위기다. 대부분 정책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한 만큼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상당 부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일몰 연장,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이 해당 법안 다수에 대해 “부자(대기업) 감세”라며 반대하는 만큼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한국 증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고자 정부가 발표한 증시 밸류 업(가치 상향) 대책도 제동이 걸렸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 법인세 완화, 배당소득세 인하 등 법을 바꿔야 하는 내용이라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감세에 부정적인) 야당도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편 등을 주장한 만큼 여야 이견을 조율하는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노동 개혁’의 주도권은 사실상 야당으로 넘어갔다. 근로시간제 유연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실업급여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상당수 과제가 야당과 협조해야 할 법 개정 사항이다. 오히려 야당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주 4.5일제 도입,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총선 기간 내건 공약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가 우선순위에 있는 노동 개혁 과제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공감대부터 얻은 뒤 정치권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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