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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압승한 야당, 이제 국정 함께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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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 힘자랑보다 수권 능력 입증해야 할 때

조국당도 특검 남발 등 보복의 정치 자제하길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해 입법부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민주당의 대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을 혼내고 싶다는 국민들의 심판 욕구가 원동력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평소 자신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호평이었다기보다는 정권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을 엄청나게 누린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너무 들뜨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거대 의석엔 거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민주당은 입법부를 명실상부하게 장악했다. 그 때문에 동시에 이젠 국정의 큰 책임을 떠안게 됐다. 22대 국회에서 자신들의 수권 능력을 입증해야만 차기 대선도 노릴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 4년 동안 민주당이 보여준 입법 독주나 탄핵안 남발을 22대 국회에서도 관성적으로 되풀이할 경우 국가적 대혼란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심판은 다시 야당을 향하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4년간 이룬 의정 실적이 뭔지 도무지 기억나는 게 없을 정도다.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승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에 도울 것은 돕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이 대표 본인의 대선 가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대한 사회적 현안은 민주당도 독자적 입장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국면을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이번 의료계 파업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정부와 의사들의 중재자 역할을 민주당이 떠맡으면 어떨까. 그런 성숙한 제1당의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22대 국회의 최대 과제가 될 국민연금 등의 개혁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내 과반 1당인 민주당이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이었음에도 이 문제를 손놓는 바람에 국민연금의 재정 위기가 더욱 심화했기 때문이다. 또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저출생 대책을 비롯한 노동개혁·교육개혁 등 민주당이 능동적으로 나서 해결해 줘야 할 국가적 과제가 수두룩하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에 대한 당부도 빼놓을 수 없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중 1호 공약으로 22대 국회가 열리면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 보복 논란만 야기할 게 뻔한 정략적 법안을 밀어붙여 새 국회 초반부터 정국을 경색시키는 건 민생, 국리 민복과는 한참 거리가 멀 뿐이다. 조국당도 이제 원내 정당인 만큼 그에 걸맞은 성숙한 국정 동반자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