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참패한 집권여당, 협치·소통으로 국정기조 전면 혁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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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불통·독선에의 매서운 심판, 겸허히 수용해야

경제·국제정세 위기 극복 위해 야당과 협치를

4·10 총선은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났다. 11일 0시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180석 안팎을 획득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100석을 넘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공천 분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이 야당 대신 여당을 심판한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의 참패는 더욱 뼈저리게 자성해야 할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민심을 우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초엔 집권 2년도 안 된 시점의 총선인 만큼 국민이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해병대 외압 수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면서 지지층 이탈이 가속됐다. 지난 2년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등 국가적 비극에 누구 한 명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물가고와 의·정 갈등 등 민생 현안 해소에도 실패해 불통의 이미지가 축적되며 대통령실과 여당에 유권자가 결국 레드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런 조짐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이미 드러났지만, 혁신을 거부한 채 야당 공격에만 기대며 시간을 허비했다. 올 들어 24차례나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열었지만 성난 민심을 어루만지진 못하고 겉도는 수준에 그쳤다.

총선 결과는 국정 기조의 전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수직적 당정 관계나 야당과 대결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소통과 대화, 공감 능력을 발휘해 협치에 나서야 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런 만큼 먼저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정 협치 기구를 선제적으로 제안해 가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실과 내각을 통합과 소통형 인재들로 쇄신할 필요도 절실하다. 국민의힘 역시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민심 대신 ‘용산’만 쳐다보며 거수기 노릇을 해 온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년 뒤 지방선거나 3년 뒤 대선도 희망이 없다.

경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청년실업·고물가 등 우리를 둘러싼 난제들은 정부·여당이 한시도 머뭇거릴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엄중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북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등 국제 정세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 남았다. 겸허한 성찰과 함께 국정 기조를 혁신하고 여야와 소통·대화하면서 나라 안팎의 난제들을 풀어간다면 총선 참패가 오히려 국민에게 다시 새롭게 다가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