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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원 지원금” “34조 더 투자”…미·TSMC 화끈한 선물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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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포함해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지원한다고 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보조금 66억 달러는 당초 예상됐던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무부는 보조금에 더해 5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도 TSMC에 제공키로 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TSMC는 이 같은 지원에 화답해 당초 400억 달러(약 54조2000억원)로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약 88조1000억원)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fab)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는 이미 4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TSMC의 650억 달러 투자는 “미국 역사상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이번 지원으로 6000개의 직접적인 제조업 일자리와 2만 개의 건설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며, 2030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TSMC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첫 번째 팹은 2025년 상반기, 두 번째 팹은 2028년 조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세 번째 팹은 2나노 혹은 더 진보된 공정으로 2020년대 말부터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 미 역사상 최대 규모 외국인 직접 투자”…삼성도 미국 투자부담 늘어날 듯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관련 성명서에서 “미국에는 현재 진보된 반도체가 없는데 나는 이를 되돌리기로 결심했다”면서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덕분에 반도체 제조와 일자리가 살아나고 있으며, 상무부가 역사적인 진전을 계속해서 쌓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다음 주중으로 한국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삼성전자가 60억 달러(약 8조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TSMC가 미국 투자금을 대폭 상향한 만큼 삼성전자 역시 미국 정부의 통 큰 보조금을 기대하려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기존 계획의 2.5배인 440억 달러(약 60조원) 투자를 발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불황에서 이제 막 벗어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실적이 6조6000억원 흑자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 늘었지만, 회사 반도체 재고자산은 지난 연말 기준 31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도 360조원을 투자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당근이자 압박으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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