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술할 곳 못찾은 탈장 아기…“당장 보내라” 집에서 뛰어나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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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생후 3개월 아이를 새벽에 긴급 수술한 대전 건양대병원의 연희진 교수. [사진 건양대병원]

생후 3개월 아이를 새벽에 긴급 수술한 대전 건양대병원의 연희진 교수. [사진 건양대병원]

경남 창원에서 대전까지. 생후 3개월 된 여자아이가 응급 수술을 받기 위해 한밤중 250㎞를 이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이는 다행히 무사히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새벽에 연락을 받고 수술실로 달려 나온 30대 젊은 교수의 적극적인 진료가 한몫했다고 한다.

8일 대전 건양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2시30분쯤 외과 야간당직팀에 “생후 3개월 된 여자아이가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으로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경남 창원에 사는 아이인데, 집 근처에서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대전에까지 연락했다는 것이다.

처음 부모는 아이 사타구니가 불룩하게 부어오른 것을 발견하고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다. “복벽 내부에 생긴 구멍으로 장기 일부가 탈출한 상태”라며 “장기의 혈류 장애로 괴사가 발생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그 병원에는 수술할 수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었다. 병원 의료진은 창원을 비롯한 인근 지역 종합병원 여러 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대전 병원에까지 문의를 하게 됐다.

연락을 받은 건양대병원 당직팀은 소아외과 전문의인 연희진(31·여) 교수에게 수술이 가능한지 물었다. 새벽 시간 걸려온 다급한 전화에 연 교수는 “수술을 하겠다. 곧바로 아이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병원 인근에서 거주하는 연 교수는 평소 선배·동료 의사들에게 “아이와 관련된 수술은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곧바로 병원에 나온 연 교수는 의료진에 수술 준비를 지시했다.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어린아이라 의료진 모두 긴장 상태로 기다렸다. 창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달려온 아이는 오전 5시30분쯤 건양대병원에 도착해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감염에 의한 패혈증 등으로 상태가 악화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1시간 30분가량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이는 회복 기간을 거쳐 지난 6일 건강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연희진 교수는 건양대 의대(2012학번)를 졸업한 뒤 건양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에서 2년간의 펠로우십(세부 전공)을 마치고 지난 3월 건양대 의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건양대병원의 유일한 소아외과 전문의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수련인정병원에서 1년 이상 수련을 받고, 수련 후 누적 소아수술 500예 이상, 신생아 수술 50예 이상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일이 고되다 보니 매년 숫자가 줄어, 현재 실제 활동하는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채 60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외과 환자들은 수술하면 상태가 바로 좋아진다. 특히 아이들은 회복이 빨라 금세 뛰어논다”며 “그게 보람차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은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의료계 갈등이 불거진 뒤, 외과 전문의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는 등 비상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응급질환자에 대한 수술도 모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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