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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서울 한복판서 만난 큰산개구리…남산서 제일 먼저 봄 알려요

중앙일보

입력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 양력으로는 3월 5~6일 무렵인 경칩(驚蟄)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 생동하는 시기입니다. 경칩엔 흔히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고 하죠.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에는 물속에서 헤엄치며 아가미로 수중 호흡을 하면서 살다가, 성체가 되면 다리를 얻어 육지와 물을 오가며 폐·피부를 통해 호흡을 하면서 살죠. 이렇게 땅과 물을 오가며 사는 동물군을 양서류라 해요.

김이솔(왼쪽)·서지안 학생기자가 남산 공원을 찾아 봄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큰산개구리·도롱뇽을 살폈다.

김이솔(왼쪽)·서지안 학생기자가 남산 공원을 찾아 봄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큰산개구리·도롱뇽을 살폈다.

약 939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인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양서류가 살아가는 터전이 있답니다. 이들을 봄을 맞이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김이솔·서지안 학생기자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한남공원이용지원센터에서 '남산 양서류 탐사대'에 참여해 남산에 살고 있는 여러 양서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어요.
먼저 배순희 강사가 독특한 특징을 가진 여러 양서류를 알려줬어요. 몸의 등면은 암녹색·청록색·갈색, 배면은 밝은 붉은색으로 된 무당개구리는 포식자가 접근하면 몸을 뒤집어 붉은색의 피부를 보여주며 경계하죠. 또 이름만 들으면 친숙한 두꺼비는 독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 맹꽁이는 '맹!' '꽁!' 하는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죠.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나요?" 지안 학생기자의 질문에 배 강사는 "개구리는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살기 때문에 남산처럼 계곡과 웅덩이가 있는 곳이 개구리가 좋아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어요. 개구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 표면이 점액질로 덮여 매끈하고 끈적거리죠. 개구리는 이 점액을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녹이고 흡수해 허파 외에도 피부로도 호흡할 수 있어요. 그래서 피부가 늘 축축해야 하므로 물이 깨끗한 곳을 좋아하죠. 또 남산에는 개구리가 즐겨 먹는 지렁이·곤충과 같은 소생물이 많아요.

참개구리·청개구리·무당개구리·큰산개구리(위에서부터). 남산에는 큰산개구리·한국산개구리·계곡산개구리·참개구리·옴개구리·무당개구리·청개구리·두꺼비 등 8종의 개구리와 도롱뇽 등 여러 양서류가 산다. ⓒ중부공원여가센터

참개구리·청개구리·무당개구리·큰산개구리(위에서부터). 남산에는 큰산개구리·한국산개구리·계곡산개구리·참개구리·옴개구리·무당개구리·청개구리·두꺼비 등 8종의 개구리와 도롱뇽 등 여러 양서류가 산다. ⓒ중부공원여가센터

남산에서는 2004년 큰산개구리 올챙이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큰산개구리 성체, 청개구리가 발견됐어요. 이후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참개구리, 옴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까지 6종을 추가로 발견해 총 8종의 개구리가 살고 있죠. 개구리 외에 도롱뇽 등 다른 여러 양서류도 남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3~4월 남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양서류는 남산 서식 개구리 중 겨울잠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는 큰산개구리예요. 몸길이는 최장 7cm 정도이며, 등면은 적갈색에 검은 반점이 나 있는 외형이 특징이죠. 배 강사가 "큰산개구리는 19세기 러시아 과학자들이 발견해 처음 보고했다고 하여 '북방산개구리'로 불려오다, 최근 한국에 서식하는 종류는 러시아산과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어 '큰산개구리'(학명 Rana uenoi)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개굴개굴' 우는 다른 개구리와 달리 새소리처럼 '호르릉 호르릉' 하고 울죠"라고 말했어요.

이솔 학생기자가 "개구리는 왜 '개굴개굴'이나 '호르릉 호르릉' 하고 소리를 내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배 강사가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경고의 의미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우리가 흔히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인 경우가 많아요"라고 설명했죠.

약 939만 명의 인구가 사는 대도시인 서울 한복판 남산에도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양서류가 서식 중이다.

약 939만 명의 인구가 사는 대도시인 서울 한복판 남산에도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양서류가 서식 중이다.

개구리가 우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 볼이나 턱 아래에 있는 풍선과 같이 생긴 부분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개구리의 울음주머니예요. 개구리의 종류에 따라 울음주머니의 개수도 달라요. 예를 들어 큰산개구리나 참개구리는 두 개의 울음주머니가 있지만, 청개구리는 턱 아래에 하나가 있죠. 또 울음주머니가 없는 개구리도 있는데, 이들은 후두기관으로만 울음소리를 내요.

큰산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로 짝짓기를 시작하고, 2월 중순~3월 초에 알을 낳기 시작해요. 약 43일 정도가 지나면 알이 올챙이가 되고, 또 약 46일이 지나면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죠.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가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곰·다람쥐 등 포유류가 겨울잠을 자는 이유와 달라요. 포유류는 바깥 온도와 관계없이 체내 작용을 통해 자체적으로 정상 체온 조절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지만, 겨울철에는 식량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겨울잠을 선택하죠. 반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주위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라서 체온이 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에는 흙 속이나 낙엽더미를 이불 삼아 겨울잠을 자는 겁니다.

도롱뇽은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지만 몸통이 길고 꼬리가 있는 유미목에 속한다.

도롱뇽은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지만 몸통이 길고 꼬리가 있는 유미목에 속한다.

갈색 바탕 피부에 어두운 갈색의 둥근무늬가 특징인 도롱뇽은 유미목 도롱뇽과의 양서류로, 역시 봄철 남산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2005년부터 남산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죠. 도롱뇽의 몸길이는 7~12cm 정도이며 머리는 편평하고, 눈은 돌출돼 있으며, 주둥이 끝이 둥글죠. 거미·곤충·지렁이·애벌레·올챙이 등을 먹어요.

도롱뇽 역시 양서류이기 때문에 계곡·하천 등 물이 있는 곳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날씨가 추워지는 11월쯤에는 겨울잠을 자요. 도롱뇽은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짝짓기를 마친 뒤 3~5월에 하천·습지·논두렁 등에 알을 낳는데, 이 알들은 3~4주 이내에 부화하죠.

"개구리와 구분되는 도롱뇽의 대표적 외형적 특징은 바로 기다란 꼬리예요. 개구리 역시 올챙이 시절에는 꼬리가 있지만, 성체가 되면서 없어지죠. 하지만 도롱뇽은 성체가 되어도 꼬리가 남아있어요. 개구리처럼 꼬리가 없는 양서류를 무미류(無尾類)라 하고, 도롱뇽처럼 꼬리가 있는 양서류를 유미류(有尾類)라 해요." 기다란 몸통과 꼬리를 가진 외형 덕분에 도롱뇽을 도마뱀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도마뱀은 뱀·악어와 같은 파충류이고, 도롱뇽은 개구리·두꺼비와 같은 양서류예요.

개구리알은 그물망처럼 생긴 넓적한 알집 안에 있다.

개구리알은 그물망처럼 생긴 넓적한 알집 안에 있다.

개구리와 도룡뇽의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는 알을 낳는 모양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윤정 선생님과 함께 한남공원이용지원센터 근처에 있는 남산의 실개천에 사는 큰산개구리와 도롱뇽을 살펴보며 그 차이점을 직접 눈으로 관찰해보기로 했죠. 실개천을 따라 걷다 보니 얕은 개울 한가운데에 있던 도롱뇽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 도롱뇽이다. 선생님, 도롱뇽이 있어요!" 오 선생님이 도롱뇽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작은 수조에 담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죠. 실제로 본 도롱뇽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기다란 몸통에 꼬리가 있었어요. 주변에는 도롱뇽알도 있었는데요. 마치 투명한 바나나처럼 생긴 알집 안에 짙은 갈색의 알들이 있었죠. 이 투명한 알집은 도롱뇽의 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도롱뇽과 그의 알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은 뒤 실개천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니 짝짓기를 마친 암컷 큰산개구리도 볼 수 있었어요. 그 부근에는 큰산개구리가 낳은 알도 있었죠. 기다란 알집에 싸여있던 도롱뇽의 알과는 달리, 큰산개구리의 알은 투명한 망처럼 생긴 넓적한 알집 안에서 퍼져 있었어요.

큰산개구리는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이 지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기도 해요.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정부는 기온 및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균류 7종, 해조류 7종, 식물 39종, 무척추동물 7종, 곤충 15종, 척추동물 25종 등 총 100종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해 이들의 활동 및 번식 현황을 지속해서 조사·관리 중이죠.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이 있는 남산 공원은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양서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이 있는 남산 공원은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양서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양서류 중에서는 계곡산개구리, 청개구리, 큰산개구리가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돼 있어요. 이들은 폐는 물론 피부로도 호흡하므로 활동을 할 때나 번식할 때 주변의 기온 및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요. 쉽게 말해 남산에 살던 큰산개구리가 평소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고 번식하지 않으면 남산의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인 거죠.

지금까지 남산에서 봄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큰산개구리와 도롱뇽을 만나봤어요. 빌딩숲 한가운데에서도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반가운데요. 양서류는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큰산개구리처럼 서식지의 기후·환경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인간 위주의 개발로 이들이 살아가야 할 물이 있는 녹지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양서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어떤 곳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이들과 공존할 방법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 평소 양서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취재로 미리 공부도 하며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각각의 특징을 가진 양서류는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동물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개구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참개구리나 청개구리 말고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양서류를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배순희 강사님과 오윤정 선생님에게 큰산개구리와 도롱뇽에 대한 여러 지식을 배우고 남산의 실개천에서 큰산개구리와 도롱뇽, 그리고 그들의 알을 직접 보고 나니 다른 양서류들도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이번 취재가 소중 학생기자단으로서 저의 첫 취재였답니다. 앞으로도 저와 신문을 읽는 친구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멋진 취재를 할게요.

김이솔(서울 대곡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여러 가지 양서류를 알게 되었어요. 그중 무당개구리가 인상 깊었죠. 몸의 등면 피부의 바탕색은 암녹색·청록색·갈색이며, 배면의 피부는 밝은 붉은색 바탕인 무당개구리는 천적이 다가오고 있거나 위험을 느끼면 몸을 뒤집어서 배의 빨간색을 보여 천적에게 주의를 주어서 위험을 넘긴대요. 그 사실을 알고 무당개구리는 정말 영리한 것 같다고 생각했죠. 배순희 강사님이 설명하신 큰산개구리와 도롱뇽, 이들의 알을 운 좋게도 모두 볼 수 있어 매우 기뻤어요. 또 맹꽁이는 울 때 한 마리가 ’맹!‘ 하면 다른 쪽에서 ’꽁!‘ 하고 돌아가며 소리 낸다고 해서 ’맹꽁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재미있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맹꽁이가 멸종위기라니 더 슬픈 기분이 들었어요.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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