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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강한 생명력으로 노랗게 봄을 물들이는 꽃

중앙일보

입력

4월이 되니 풍경이 달라집니다. 무채색의 숲이었다가 유채색의 숲으로 변해가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연분홍의 진달래가 산마다 작은 점을 찍듯이 선명하게 점을 찍으며 피었고요. 귀룽나무의 새싹도 연둣빛으로 계곡마다 물들여가고 있죠. 다른 나무들도 꽃과 잎을 피워내서 마치 누군가 캔버스에 붓질을 하듯 밝아지는 자연풍경입니다. 노란색 물감을 담당하는 친구들도 많지요. 나무 중에는 생강나무·산수유·개나리가 대표적이고요. 풀 중에도 노란 꽃을 피우는 키 작은 친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민들레예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9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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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물론이고 보도블록이나 담장 밑처럼 빈틈이 조금만 있어도 피어나다 보니 민들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나중에 솜털 공처럼 생긴 열매가 맺혀 익으면 바람결에 하나둘씩 날아가지요. 솜털 공처럼 생긴 것을 하나 꺾어서 입 앞에 두고 “후!” 불어서 날려 보내는 놀이를 안 해 본 어린이도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이렇게 친숙한 민들레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이 있답니다.

민들레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아요. ‘문둘레’라고 불렀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봐서 문 가까이나 문 둘레에 나는 풀이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머슴둘레’나 ‘면둘레’ ‘모숨둘레’ ‘므은드레’ 등 비슷한 어감의 다른 이름들이 있는 걸 보면 정확히 문 가까이에 피어 있어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영어로는 ‘dandelion’이라고 해요. ‘사자(lion)의 이빨’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잎이 뾰족뾰족한 걸 보고 사자의 이빨을 연상했나 봅니다. 일본에서는 ‘탄뽀뽀(たんぽぽ·蒲公英·포공영은 약재로서의 이름이기도 하다)라고 하는데요. 발음이 재밌지요. 저는 땅에 낮게 붙어 있어서 땅에 뽀뽀하는 거 같다고 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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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어린잎을 데쳐 나물로도 먹고 쌈이나 무침도 하고 장아찌·김치·술도 담그죠. 오래전부터 꽃이나 잎, 줄기, 뿌리뿐 아니라 꽃 피기 전의 전초(全草) 등을 약으로도 먹었어요. 민들레의 쓴맛은 위의 작용을 좋게 해줍니다. 타락세롤 등의 성분 때문인데요. 쓴 것 치고 몸에 안 좋은 거 없다고 하지요. 민들레는 이 밖에도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피부질환을 개선하고, 독을 풀어 간 기능을 좋게 하고, 신경통·고혈압에도 좋고, 피를 맑게 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습니다. 민들레에 많은 효능이 있는 것처럼, 많은 들풀이 그렇습니다. 잡초로 하찮게 여기지만 그 안에 찾아보면 많은 약효가 있고 우리 생활에 여러모로 쓸모가 있지요.

우리가 길이나 들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민들레와 구분하는 것은 꽃받침을 보면 쉬워요. 이 꽃받침 부분을 ‘총포’라고 하는데요. 서양민들레는 총포가 아래로 처졌고 토종 민들레는 총포가 꽃을 위로 싸고 있어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 말고도 꽃잎의 모양과 크기, 숫자도 조금 다릅니다. 서양민들레는 토종 민들레에 비해 좀 더 크고 번식력도 강하고 꽃잎 숫자도 많은 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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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토종 민들레는 봄에만 피지만 서양민들레는 봄부터 가을까지 핍니다. 게다가 제꽃가루받이(자가수분)를 하고 수정과 상관없이 단위생식(단독으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도 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강하죠. 여러모로 유리하니 서양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몰아내고 우리나라를 뒤덮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사실은 토종 민들레는 씨앗 크기도 크고, 딴꽃가루받이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갖고 있어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겨울에 줄기는 죽지만 새봄이 오면 다시 살아나 싹을 내는 강한 생명력이 마치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들의 끈질긴 삶과 같아 민초(民草)라고도 하죠.

세상에는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갖고 있고, 환경에 맞게 살아가죠. 봄을 맞아 내가 좀 더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런 일을 찾아보고 집중해서 좀 더 실력을 높여보는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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