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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속 지진 복구 총력전…"TSMC, 수익 회복까지 시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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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만 화롄시에 지난 3일 규모 7.2 지진으로 기울어진 톈왕싱 빌딩의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다. 화롄=신경진 기자

5일 오전 대만 화롄시에 지난 3일 규모 7.2 지진으로 기울어진 톈왕싱 빌딩의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다. 화롄=신경진 기자

“삐이~. 삐이~.”
5일 낮 12시 50분(현지시간) 700여명이 고립된 대만 화롄(花蓮)현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 초입에 설치된 구조본부에 모인 내외신 기자 100여명의 휴대전화에 ‘국가급 경보’가 울렸다. 동시에 사무소 건물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 2시 30분에 경보와 함께 울렸던 5.3 규모의 여진보다 강한 진동에 구조대원과 취재진 모두 사색이 됐다.

여진이 지나가자 곧 타이루거 공원 내 창잉(昌英)호텔에 사흘간 고립됐던 투숙객을 태운 소방국의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홍콩인 1명을 포함해 성인 8명, 어린이 4명이 내려 의료진에게 신원과 건강상태를 점검받았다.

5일 사흘간 타이루거 국립공원에 고립됐다 구조된 여행객 가족이 구조대원에게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화롄=신경진 특파원

5일 사흘간 타이루거 국립공원에 고립됐다 구조된 여행객 가족이 구조대원에게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화롄=신경진 특파원

이들을 구조한 류중언(劉忠恩) 구조대장은 “부상자에 이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헬기를 이용해 구조했다”며 “오전 중 호텔에 고립됐던 인원 50여명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대만 기상국은 3일 7.2 규모의 지진 발생 후 이날 오후 2시까지 504회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5.0 이상만 21회가 넘었다. 이날 새벽에도 기자가 잠을 자던 호텔이 심하게 흔들려 잠을 깼다. 곧 휴대 전화에 5.3 규모의 여진 발생을 알리며 대피소 이동을 안내하는 문자가 들어왔다.

25년 만에 대만 전역을 강타한 403 대지진 사흘째인 5일 대만 전역은 복구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전국에서 소집된 민간과 군 합동구조대는 타이루거 공원 일대에 고립·실종 인명 구조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경제 산업계는 세계 첨단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TSMC 정상화에 주력했다.

5일 대만 화롄시 타이루거 국립공원 입구에 지난 3일 강진으로 발생한 낙석으로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이날 타이루거 공원에 고립됐던 여행객 700여명의 구출 작업이 진행됐다. 화롄=신경진 기자

5일 대만 화롄시 타이루거 국립공원 입구에 지난 3일 강진으로 발생한 낙석으로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이날 타이루거 공원에 고립됐던 여행객 700여명의 구출 작업이 진행됐다. 화롄=신경진 기자

인명 피해도 늘었다. 이날 오전 사망자 2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는 이날 타이루거 초입의 사카당 산책로의 바위 더미에서 바위에 깔려있던 남녀 각 1구의 시신을 발견됐다. 부상자는 누계 1106명, 고립된 사람은 682명, 실종자는 외국인 3명을 포함해 16명으로 파악됐다.

화롄 시내에서는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톈왕싱(天王星)빌딩 철거가 시작됐다. 철거에 앞서 쉬전웨이(徐榛蔚) 화롄현장은 취재진을 만나 “주변 건물 피해를 막기 위해 층별로 철거해 완전 해체까지는 2주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5일 새벽 2시 30분 경 휴대폰을 통해 받은 ‘국가급 경보(대만)’ 긴급재난문자. 5.3 규모의 지진과 지진 경보 이후 이어진 여진에 밤을 꼬박 지새웠다. 신경진 기자

기자가 5일 새벽 2시 30분 경 휴대폰을 통해 받은 ‘국가급 경보(대만)’ 긴급재난문자. 5.3 규모의 지진과 지진 경보 이후 이어진 여진에 밤을 꼬박 지새웠다. 신경진 기자

TSMC 룽탄 패키징 라인 피해 규모 주목

대만 지진으로 피해를 본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4일 밤 전체 웨이퍼 팹 장비의 복구율이 8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타이난(臺南)시에 위치한 남부 반도체 단지에 위치한 TSMC 팹 18 공장은 완전 복구가 이뤄졌다. 대만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4일 신주(新竹), 중부, 남부과학단지 등 3대 반도체 단지가 가동을 재개하거나 교정 작업 중이며 주요 웨이퍼 제조 공장의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TSMC가 밝힌 팹 18 공장은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을 채택해 엔비디아, AMD, 애플, 미디어텍 등에 납품하는 첨단 칩을 생산한다.

지진 발생 후 TSMC 공장마다 교대 근무자와 파견 인력을 긴급 소집하면서 공장 일대에 차량이 몰려 정체를 빚기도 했다. 미국 CNN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TSMC가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복구율 70%를 기록했다며 놀라운 지진 대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가동을 멈췄던 패키징 라인의 완전 복구와 나머지 20%를 복구하는 데 걸릴 시간이다. 특히 룽탄(龍潭)의 공장은 TSMC의 주력 AI 칩을 제조하는 차세대 CoWoS 패키징 공장으로 이번 지진으로 인한 가동 중단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대만 연합보는 TSMC의 설비가 복원돼 수익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룽탄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의 가격이 고가여서 이번 지진이 1999년 9·21 지진보다 TSMC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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