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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깔린 70대, 병원 3곳 이송거부 끝에 숨져…사고 9시간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119구급차가 응급 환자를 급히 이송한 뒤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119구급차가 응급 환자를 급히 이송한 뒤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쓰러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5시 11분쯤 충북 청주시 수안보면에서 70대 A씨가 전신주에 깔렸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다른 주민이 몰던 트랙터가 전신주를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A씨를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발목을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건국대 충주병원은 ‘마취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공공병원인 충주의료원은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구급대의 이송 요청을 거부했다.

A씨는 오후 6시 14분쯤 시내 모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을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복강내출혈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병원에는 외과 의료진이 없어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강원도 원주의 연세대 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2명의 외과수술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청주의 충북대병원은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종합병원인 이들 병원에서는 이때 전공의 대부분이 진료를 거부하며 병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A씨는 이튿날 오전 1시 50분쯤 약 100㎞ 떨어진 경기 수원의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인 오전 2시 22분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다만 건국대 충주병원은 A씨의 사망이 의료계의 집단행동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정상 진료를 하고 있지만, 원체 의사 수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교수가 당직을 서더라도 담당 진료과가 아니면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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