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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제 세게 붙은 바이든·시진핑, 안보는 ‘관리 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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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바이든(左), 시진핑(右)

바이든(左), 시진핑(右)

미국과 중국 정상이 2일(현지시간) 105분 간 전화 회담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냉전 기류 속에서 이뤄진 G2 정상 간의 통화다. 두 사람의 직접 대화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중 정상은 2022년과 지난해 11월 1년 간격으로 대면 회담을 했다. 마지막 통화는 2022년 7월이다. 소통 주기가 빨라진 배경은 대선을 앞둔 미국, 내치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일시적 평화’를 위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사실상의 ‘레드라인’과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벌어질 상황을 동시에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유럽과 대서양 전체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제기했다. 또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는 이란을 배후에 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을 억제하는데 시 주석의 도움을 받길 원한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의 법치와 항행의 자유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곳은 전쟁 중이거나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레드라인은 중국의 확전 개입이란 의미가 된다.

시 주석은 아예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의 첫 번째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대만독립’ 세력의 분열 활동과 외부 세력의 격려와 지지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신화사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강한 경고’라고 표현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최소한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의 지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신화사도 “바이든 대통령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 체제를 바꾸지 않으며,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강화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며 대만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회담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반면 선거와 경제 회복을 위해 양국 모두 양보하기 힘든 사안들에선 이견이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미국 기술이 미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대중(對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적 경제관행을 거론했다.

대선 이슈로 부상한 영상 공유 앱 ‘틱톡’ 문제도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 금지가 아닌 매각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계 바이트댄스가 6개월 내에 미국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한 상태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 경제 조치에 대해 “만일 미국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이 정당하게 발전할 권리를 박탈한다면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강조하며 한반도 문제를 테이블 위에 직접 올려놓으면서 러시아와 급속하게 밀착하고 있는 북한 관련 이슈가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주요 압박 카드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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