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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호트럭 오폭 죄송하다"…美 "분노" 국제사회 맹비난

중앙일보

입력

1일(현지시간) 저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창고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세 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직원 여럿이 숨진 가운데, 2일 유엔 직원들이 WCK 직원들이 사용했던 차체를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저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창고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세 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직원 여럿이 숨진 가운데, 2일 유엔 직원들이 WCK 직원들이 사용했던 차체를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 우려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맹공을 이어가던 이스라엘군이 구호단체 차량을 오인 폭격해 민간인 7명이 사망하자,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에도 인질 협상은 답보 상태이고, 반정부 시위까지 격해지고 있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창고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세 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타고 있던 직원 7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영국, 호주, 폴란드 출신 직원이 포함됐으며,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자 1명과 통역을 돕던 팔레스타인 주민도 최소 1명 희생됐다고 WCK 측은 밝혔다.

WCK는 유명 요리사인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설립한 국제구호단체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달까지 가자지구에 총 4200만명분에 달하는 끼니를 지원했다. 1일 저녁에도 데이르알발라 창고에 식량 100여t을 실어 나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1일(현지시간) 저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창고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세 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직원 여럿이 숨진 가운데, 한 남자가 희생자의 영국, 폴란드, 호주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저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창고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세 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직원 여럿이 숨진 가운데, 한 남자가 희생자의 영국, 폴란드, 호주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고 다음 날 성명을 내고 "우리 군의 의도치 않은 공격으로 비극적 사고가 있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미국은 다소 이례적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격한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조사를 약속했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적절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국민 3명이 사망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이날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 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조속히 설명해야 하고, 지상에서 구호 요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도 '살인(killing)'이라는 표현을 쓰며 X에 "인도주의에 따라 일하는 민간인에 대한 이런 공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스라엘을 향해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AP통신은 구호단체 직원이 오폭 참사로 숨지자 WCK를 비롯한 다수의 비영리 단체들이 가자지구에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하면서 가자지구 내 기아 사태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브리핑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브리핑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길 잃은 전쟁, 수세 몰린 네타냐후 

미국, 영국 등 우방들까지 분노를 쏟아내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수세에 몰렸다. WSJ은 하마스 섬멸을 내세우며 국제사회 만류에도 전쟁을 강행했던 이스라엘이 "이번 오폭을 기점으로 '매우 좋지 않은 결과(fallout)'에 직면했다"며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을 더 고립시키고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마찰을 더 가중할 것"이라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폭 사건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휴전 협상 등에 변수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미 컨설팅 회사 조지타운전략그룹의 데이브 하든은 WSJ에 "이번 오폭이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요구를 증폭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24개 대대 가운데 20개 대대를 해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머지 4개 대대가 라파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잇따른 민간인 피해가 심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추가 조처를 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전 지원을 보류하고, 일부 무기 인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대 수천 명이 네타냐후 내각의 사퇴를 요구하며 나흘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대 수천 명이 네타냐후 내각의 사퇴를 요구하며 나흘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부 시위도 격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는 등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밤에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의회 건물 앞에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네타냐후 내각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대 중 3000여명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는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도 참여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130여명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롯이 전쟁을 이용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시위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여명이 모여 네타냐후 정부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지난 1월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인 15%만이 전쟁 후에도 네타냐후가 총리로 남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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