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야 '5인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 동의…실행 방법∙속도엔 온도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5인 미만·영세 자영업자 증언대회'에서 최저임금 근로 시장 당사자들이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현실성 있는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5인 미만·영세 자영업자 증언대회'에서 최저임금 근로 시장 당사자들이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현실성 있는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치열한 공약 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여야 모두 큰 틀에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야당은 전면 입법을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사회적 대화를 거치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등 실행 방식과 속도에서 온도 차가 존재했다.

민주당 “근기법 전면 적용…형사처벌은 유예 기간”

1일 각 정당 총선 공약집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당은 소규모 사업장 종사 노동자 차별 해소의 방안으로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앞세웠다. 이는 노동계에서 꾸준히 요구하던 사안이기도 하다. 아울러 민주당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모든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전면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연차 유급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의 규정에서 적용 예외를 받는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도 해고 30일 전 예고는 해야 하지만, 노동위원회를 통해 해고의 부당성을 다툴 순 없는 것이다. 주52시간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은 법 적용을 전면 확대하되, 형사처벌 규정 등에 대해선 일정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정길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 적용을 위한 행정 제반 마련, 기업과 시장의 준비 정도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에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힘 “단계적 추진 필요성…사회적 대화 결과 반영”

여당인 국민의힘도 기본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권혁태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한국노총에 제출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시장의 격차, 기업 규모에 따른 근로조건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우리 사회 발전과 통합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노사정 선언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뉴시스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노사정 선언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뉴시스

다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의 논의를 거쳐 입법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사정 논의 결과에 따라 일부 규정에 한정해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면 적용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온도 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권 위원은 “향후 경사노위와 긴밀히 협력하고,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반영하여 22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의힘 공약집에도 우선 유급 공휴일 규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은 유급공휴일이 적용되지 않아, 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경사노위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공휴일 적용 방안에 대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이 결과를 반영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반발 ‘큰산’…"괴롭힘 금지 등 순차 적용해야" 

여야 모두 속도와 방법은 달라도 같은 방향성을 띄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확대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소상공인들은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과 원재료비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근로기준법까지 확대 적용받게 되면 버틸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청잭홍보본부장은 “큰 사업장이든 작은 사업장이든 기본권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코로나 3년과 복합 위기 2년을 거치며 많은 소상공인들이 막다른 상황에 몰렸는데, (근로기준법 확대에 따른) 행정적·물질적 비용을 감당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영역부터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근로자가 누려야 할 권리가 인원 수에 따라 적용되거나 배제되는 현행 체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소상공인들의 혼란을 고려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 당장 필요한 부분부터 우선 확대 적용하고, 점차 근로시간·임금 등 다른 영역까지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않겠지만, 모든 근로기준법상 규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소상공인 측면에서도, 행정감독기관 측면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소한의 인권 관점에서 지켜져야 하는 규정부터 적용하는 등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