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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량 후보 공천 미리 막을 시스템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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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일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현장 검사를 하던 중 점심 식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현장 검사를 하던 중 점심 식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의식·도덕성 크게 미흡한 후보 수두룩

기본 안 된 의원 늘어나면 민주주의 타락

총선 후보들의 하자가 심각하다. 국회의원을 하기엔 공정 의식과 도덕성이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달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제대로 검증했다면 기초의원 공천도 힘들었을 이들이 지금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제일 문제가 심각한 인사는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위장해 ‘사기대출’ 논란에 휩싸인 경기 안산갑의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다. 수성새마을금고 측에 따르면 양 후보의 딸은 2021년 4월 인터넷쇼핑몰 등을 운영할 수 있는 통신판매업 사업자등록증과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고 11억원을 대출받았다. 양 후보 딸은 11억원 중 6억원은 기존 대부업체 대출 상환에 쓰고, 나머지 5억원은 의류 등 물품구입 대금에 썼다며 관련 자료를 새마을금고 측에 제출했다고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신속히 증빙 자료의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 특히 양 후보는 새마을금고 측이 먼저 편법 대출을 제안했다고 해명했지만, 금고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도 빨리 총선 투표 전에 진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는 검사장 출신인 남편이 변호사 개업 1년 만에 수임료로 약 40억원가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전관예우 비판이 쇄도하자 “전관예우를 따지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며 한술 더 떠 국민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지난해 북콘서트에서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범죄”라고 열을 올리던 조국 당 대표는 박 후보 남편 문제에 대해선 “특별히 혜택을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감쌌다. 여전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민주당 공영운(경기 화성을)·양부남(광주 서을) 후보는 20대 자녀에게 거액의 재개발 부동산을 증여한 ‘아빠 찬스’ 사실이 드러나 공정에 민감한 2030 세대의 박탈감을 키웠다.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종군위안부 간 성관계를 암시하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에선 인요한 선대위원장이 “마피아도 아이하고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린다”며 김건희 여사를 방어해 국민 감정을 자극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이란 발언이 논란을 빚자 경기 수원정의 이수정 후보는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다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 총선에선 각 당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사례가 벌써 여러 건이다. 이처럼 후보 교체가 잦은 선거는 유례가 없었다. 그만큼 여야의 후보 검증이 부실했다는 얘기다.  선거가 임박해 허겁지겁 후보를 내려꽂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낫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기본이 안 된 인사들이 국회에 많아지면 결국 민주주의가 타락한다. 공천 단계에서부터 후보들의 각종 검증을 투명하게 강화할 제도적 개선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