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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술 팔아 하루 370만원 번다…중국서 유행하는 이 사업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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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활동을 함께 함’을 뜻하는 히치하이킹 개념이 작년부터 중국에 유행하면서 ‘모든 것이 히치하이킹 될 수 있다’가 중국 젊은이들의 사회생활 표준이 되고 있다. 자주 연락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친구와 달리, 히치하이커는 취향이 잘 맞아서 관계를 맺는 데 피로도가 낮다. 큰 노력 없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관계성을 선호한다.

바이두

바이두

날이 풀리면서 이런 현상을 증명하는 사업 하나가 중국에서 인기다. 바로 홈바(傢庭酒吧·Home bar)다. 패밀리 비스트로(Family Bistro)라고도 알려진 홈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이 자기 집에서 운영하는 바를 말한다. 일종의 칵테일 바에 속하는 홈바에는 공연도, 춤도 없지만 친구들끼리 편안하게 모여 술을 마실 수 있다. 이용료 책정도 간단하다. 인원수에 따라 입장료만 내면 되는 식인데 중국 상하이 지역을 예로 들었을 때 한 사람당 200위안(약 3만 7000원)만 내면 바 안에 있는 모든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가게 입장에서 하루에 손님 100명을 받으면 2만 위안(약 370만 원)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홈바는 주로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 아닌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온종일 일할 필요도 없다. 집에서 하는 일인데 주된 업무는 친구를 불러 술을 마시는 것이다. 술, 블렌딩, 친구를 좋아하며 마침 혼자 산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직업이다.

하지만 홈바를 여는 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우선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집에서 조그맣게 바를 운영했던 사람도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주상복합아파트로 옮기거나 전용 공간을 빌리는 등 따로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오피스텔이 아닌 민간 주택에 상업용 술집을 여는 것을 중국에서 금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 위생 경영 허가를 받기 전까지 하이볼, 칵테일 같은 제조술은 판매할 수 없다. 주방을 바 모양으로 개조하고 주방에 관련 장비를 완비한 뒤에 제조 음료 판매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그전엔 병 음료만 판매 가능하다.

모객을 위해 꾸준한 관리와 노력이 수반된다

단순히 술만 판다고 끝이 아니다. 홈바 주인은 가능하면 모든 손님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하는 것이 좋다. 그들이 올린 최근 게시물을 보고 괜찮은 사람인지,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공간 인테리어도 소홀해선 안 된다. ‘바’ 하면 딱 떠오르는 대놓고 상업적인 스타일 말고 내 집 거실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미는 게 좋다. 홈바를 찾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캐주얼한 공간을 제공해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상하이에서 유명한 홈바 'One Place'

상하이에서 유명한 홈바 'One Place'

주문부터 결제까지 큐알 코드 스캔으로 끝나는 중국이다. 홈바 'One Place'에서도 위챗으로 술을 주문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큐알 코드 스캔으로 끝나는 중국이다. 홈바 'One Place'에서도 위챗으로 술을 주문한다.

수요를 고려한 도시 선정도 필수다 

한때 홈바는 상하이 등 몇몇 도시에서만 성행한다는 말이 있었다. 왜냐하면 술집을 찾는 사람들이 보통 각지에서 혼자 바쁘게 일하는, 평상시엔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은 젊은이들로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홈바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몇 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 청두는 다른 지역에서 아무리 바 문화가 유행한다 해도 사람들 생활 리듬 자체가 느려 홈바 수요가 많지 않다.

지역마다 바 문화가 다른 만큼 가격도 다르게 책정된다. 예를 들어 상하이 젊은이들은 술집에서도 술은 둘째고 수다 떨기 바쁘다. 혼자 홈바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보통 사교가 목적이므로 가벼운 음주를 한다. 즉, 가게가 입장료로 인당 200위안(약 3만 7000원)을 받으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것. 하지만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이전에 상하이 물가를 기준(인당 200위안)으로 칭다오에서 홈바를 차린 사람이 있었다. 현지 소비수준에 맞춰 입장료를 인당 100위안(약 1만 8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칭다오 젊은이들은 정말 무한리필되는 술을 즐기려고 홈바를 찾았다. 음주가 목적인 사람들이 온다면 본전도 못 찾는 사업이 된다.

베이징 우다오커우(五道口)에 있는 홈바 ‘Cozy Corner Homebar'

베이징 우다오커우(五道口)에 있는 홈바 ‘Cozy Corner Homebar'

중국 상하이는 상대적으로 상업 지구가 집중되어 있다. 상하이 내에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주로 프랑스 조계지 근처에 몰려있다. 베이징의 경우 주요 상권인 하이뎬구(海澱區·베이징 북서쪽에 위치)와 차오양구(朝暘區·베이징 동쪽에 위치)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상하이 같은 사교모임은 꾸리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춘절(중국 음력 설) 직전까지만 해도 중국 SNS에 베이징 홈바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춘절이 지난 최근에서야 베이징에 홈바 두 곳이 생겼다.

‘취미 삼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돈도 잘 벌리고 가정도 잘 돌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홈바’가 바로 그런 일인 줄 알았는데….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칠 뻔했다. 넘어야 할 산이 생각보다 많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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