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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저씨' 되기 싫으면 움직여라…이 근육 키우면 90대도 거뜬 [마흔공부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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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 우상조 기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 우상조 기자

40대에 몸 쓰는 거 싫어하고 머리 쓰는 거 주저하면, 그 이후에 빛을 잃어요. 더 열심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40) 교수는 "40대의 모든 습관이 20년 후를 결정한다"고 강조합니다. 젊음을 '무료 구독'하던 시기가 끝나는 나이라, 생활 습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건데요. 흔들리는 40대를 위한 '마흔 공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는 '마흔 건강'입니다.

세상을 증오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행복의 90%는 건강이 좌우한다고 말했죠. 어떻게 하면 몸도 마음도 단단하게 중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한빛라이프) 등을 썼고, 각종 매체에서 '가속 노화 선생님'으로 맹활약 중인 정 교수를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습니다.

✅Part 1. 40대, 무료 구독이 끝난 나이  

마흔을 소위 '꺾이는 나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몸에도 많은 변화가 있나요? 
40대는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나는 나이에요. 10대~30대는 성장 호르몬이 '짱짱'하게 잘 분비됩니다. 30대 중반까지는 먹고 싶은 거 먹고, 운동 안 해도 신체 밸런스가 알아서 유지되는데요. 그러다가 30대 후반부터 성장 호르몬, 성 호르몬 분비율이 뚝 떨어지거든요. 몸이 달라졌는데 평소처럼 많이 먹고, 앉아만 있으면 온몸에 지방이 쌓여요. 
그래서 살이 찌고, 배가 나오는군요.   
문제는 지방 세포에서 나온 안 좋은 호르몬이 인슐린의 저항성을 높이거든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대사 과잉이 오고 결국엔 노화 속도를 높여요. 그게 ‘가속 노화’이고요.   
저는 아직 30대 중반인데도 매년 몸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흰머리가 생기고 살도 잘 안 빠지고요.
그래도 30대는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요. 40대부터는 대사 지표들이 변하고 몸이 달라지는 게 확 보이죠. 일단 관절 가동 범위와 안구 조절 능력이 30대 후반부터 현저히 떨어집니다. 유산소 운동 능력, 근력, 순발력도 급격히 저하되고요. 운동을 해도 살이 쉽게 안 빠지는 이유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40대부터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뇌도 늙는 거군요.    
그렇죠.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해마도 위축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져요. 스트레스도 증가하고요. (※전두엽은 합리적 판단, 해마는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편도체는 위기 대처 능력과 관련이 있는데, 과잉 활성화되면 분노,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킨다) 문제는 신체 노화와 두뇌 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악순환에 속도를 낸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게 당기잖아요.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몸에 염증이 생기고, 그게 다시 뇌에 영향을 주는 거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화도 많아지는데요. ‘이티(ET) 체형’이라고 하죠? 배 나오고 팔다리 가는 몸매. 그런 분들은 실제로 화도 많고 인지 기능도 떨어져요. 
정말 40대는 본격적으로 관리해야 할 나이군요.   
네. 40대부터 10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쇠락한' 50대를 맞을 수 있어요. 저는 ‘빛을 잃는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40대에 술만 먹고 머리 쓰는 걸 싫어하면 빛을 잃게 됩니다. 모든 분이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화가 많고 욕심 많고 배 나오고, 권력으로 '갑질'하는 이기적인 분들이 있어요. 저는 이런 분들을 '개저씨'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개저씨 현상'을 막으려면 40대에 열심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정희원 교수가 직접 그린 '가속 노화' 구조도 . 사진 정희원 교수 SNS

정희원 교수가 직접 그린 '가속 노화' 구조도 . 사진 정희원 교수 SNS

✅Part 2. 느리게 나이 드는 방법은 있다 

얼마 전에 감속 노화 실천법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란 책도 쓰셨는데요. 특히 40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운동하고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합니다. '코어 운동'을 반드시 시작하세요. 필라테스도 좋고, 헬스도 좋습니다. 영양제 사는 데 돈 쓰지 말고 운동에 돈 쓰세요. 코어 근육(척추기립근, 둔근 등 몸의 대들보 근육)과 관절을 단련시키면, 60대에도 몸에 탈이 나지 않고 90대에도 잘 걸을 수 있어요. 술도 적게 드세요. 과음하고 잠을 자면, 잠을 안 잔 것과 똑같아요. 술을 마실 때마다 전두엽을 면도칼로 긁어낸다고 생각하면 돼요. 진짜라니까요. 
많은 사람이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을 두려워해요. 치매가 대표적이고요. 지금부터라도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치매 예방은 세 가지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① 몸과 뇌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 ② 만성질환 관리 잘하는 것 ③ 인지 기능을 높이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머리 쓰고, 몸 쓰고, 사람 만나는 걸 주저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거네요? 
저는 다른 말로 '버릇 나빠지는 걸 경계하라'고 하는데요. (직장이나 사회에서) 권력을 갖게 되는 40대부터 특히 조심해야 해요. 권력이 생기면 도파민에 취하게 되고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요. 그러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갑질'을 하게 됩니다. 아랫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면 뇌가 '도낏자루 썩는 것처럼' 썩어버려요. 의전에 취해 남이 몰아주는 차만 타면 근육 빠지고, 코어 취약해지고, 관절도 굳습니다. 그 상태로 60대가 되면 구름 낀 것 같은 두뇌가 되는거죠.

술을 마실 때마다 전두엽을 면도칼로 긁어낸다고 생각하면 돼요. 

정희원 교수도 잦은 당직 근무 때문에 목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나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정 교수가 40대에게 추천한 것은 '코어 운동'. 사진 우상조 기자

정희원 교수도 잦은 당직 근무 때문에 목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나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정 교수가 40대에게 추천한 것은 '코어 운동'. 사진 우상조 기자

40대는 책임져야 할 것도 많잖아요.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스트레스 한계를 모르더라고요.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몸의 시그널을 잘 봐야 해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는 거절을 잘 못 해요. 40대는 커리어가 쌓이면서 할 일이 늘어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거든요. 일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요. 그러지 않으려면 거절을 잘하는 게 참 중요한데요. 거절을 못 하고 일을 다 받으면, 일단 술이 먹고 싶어져요.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요. 그럼 다음 날 몸이 안 좋으니까 자극적인 게 당기거든요. 이런 신호를 보면서 '아, 내가 지금 스트레스가 넘친 상태구나' 아는 거죠. 그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하셔야 합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세요?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걷기입니다. 전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마음 챙김’이라고 항상 말하거든요. 걷다 보면 생각 정리도 되고 분도 풀리고요. 대신 걸을 때 절대 핸드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아야 해요. 내 호흡과 관절의 느낌, 소리를 듣고 풍경을 보면서 그냥 걷는 거죠.  

✅Part 3. 노화를 긍정하면 7.5년 더 산다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는데, 노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사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건데요. 
늙는다는 건, 평생 같이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청춘이란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요. 나이가 어려도 가속 노화가 진행된 상태라면 젊다고 할 수 없어요. 주름을 없애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젊은 마인드 셋’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요.  
나이 드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게 실제 몸에도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노화에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인 사람보다 7.5년 더 산다는 연구가 있어요. '안티에이징' 좋아하는 사람이 오히려 빨리 죽습니다. 제 책에서도 ‘늙지 않는 법’이 아닌 ‘느리게 나이 드는 법’을 강조하거든요. 노력하면 노화 속도는 줄일 수 있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요. 노화를 막겠다고 하는 순간 삶이 틀어져요. 늙는 것에 ‘공포’를 갖는 사람이 있어요. 과도하게 절식하거나 체질에 안 맞는 건강식품을 엄청 드세요. 그럼 건강 염려증이 생기고 결국엔 우울이나 불안으로 이어지거든요. 

'안티에이징' 좋아하는 사람이 오히려 빨리 죽습니다. 

고령화로 중위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잖아요. 이제 한국 사회에서 40대는 사실 젊은 축이에요.       
우리나라는 1년에 중위연령이 0.6~0.7년씩 올라가거든요. 2024년 한국 중위연령은 46세고요. 그게 마흔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이제 40대가 되어도 중간 관리자가 되기 힘들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적어도 중위연령을 넘어야 사회에서 '어른 대접'을 받거든요. 계산해보니 제가 60세쯤 돼야 중위연령을 맞출 수 있겠더라고요. 아직 20년이나 더 남았어요. 그때 비로소 진짜 커리어가 시작되는 건데, 그때까지 버티려면 절대 아프면 안 돼요.
정희원 교수에게 행복에 대해 묻자 "환자 보는 일이 가장 즐겁다"며 눈을 반짝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정희원 교수에게 행복에 대해 묻자 "환자 보는 일이 가장 즐겁다"며 눈을 반짝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Part 4. 반짝반짝 빛나는 80세가 된다는 것 

교수님에게 나이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전 나이 들었을 때가 굉장히 기다려집니다. 계속 공부하고 논문 쓰고 책도 쓸 거거든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완성해 나갈 기회라고 생각해요. 위스키도 오래 숙성되면 더 복잡한 향이 나고 풍미가 좋아지잖아요. 80세가 되면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엄청 기대됩니다.  

인생이란 예술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점점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색을 채워가는 거죠. 그래서 전 나이 들었을 때가 정말 기다려집니다. 

그럼 교수님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요?  
내가 즐길 수 있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삶이요. 제가 환자 보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던 계기가 있는데요. KAIST 이학 박사 과정(2015~2019)으로 4년간 환자를 못 볼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정말 우울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어요.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어떤 40대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최대한 느리게 나이 들 생각입니다. 그래서 50세가 됐을 때 빛을 잃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세상을 조금씩 더 경험하고, 이해하면서 식견을 쌓고 싶어요. 40대는 그걸 훈련하는 시간이 되겠네요. 이 기사를 읽는 분들도 40대를 '나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쌓는 시기'로 보내면 좋겠어요. 물론 건강한 몸은 기본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요. 
정희원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진료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정희원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진료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

40대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할 나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더, 마음' 섹션에서 그 답을 찾는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금요일 '더, 마음' 뉴스레터로 기사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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