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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둘도 없는 절친이지만…오바마, 바이든 대선출마 막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맨 왼쪽) 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맨 오른쪽) 전 대통령, 그 사이의 현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맨 왼쪽) 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맨 오른쪽) 전 대통령, 그 사이의 현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서로에게 이런 미소를 짓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하는 선거가 약 7개월 앞인 지금, 오바마와 바이든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오바마가 바이든의 부통령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돈다. 퇴임 후 시카고에 자리 잡은 오바마가 바이든 대통령과 자주 통화를 하며 선거 전략부터 가족 대소사까지 얘기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둘이 처음 만났던 2008년 대통령 선거 경선 당시엔 냉기가 감돌았다. NYT는 "패기는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오바마는 (노장) 바이든 덕에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오바마 측은 초기엔 바이든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8년간의 부통령직을 마치고 냈던 자서전에도 둘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2015년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내려고 했으나 오바마가 "아직은 아니다"라고 만류했다는 것이다.

2017년 사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그에게 "대통령 메달"을 수여한 직후, 감동에 젖어서다. AFP=연합뉴스

2017년 사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그에게 "대통령 메달"을 수여한 직후, 감동에 젖어서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지켜야 할 약속』이란 제목의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장남) 보(Beau)를 먼저 떠나보내며 나는 그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그 애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말렸다." 오바마가 들었던 이유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차례라는 것이었다고 바이든은 썼다. 오바마는 2008년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신승을 거둔 적이 있다.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으로 찰떡 호흡을 보였다.

바이든은 기다렸다.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석패한 뒤, 바이든은 2021년 1월, 장남의, 그리고 본인의 꿈을 이룬다. 그가 그러나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3월 말 현재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는 강력하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다는 결과가 곳곳에서 발표된다. 그를 두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판박이"(폭스뉴스)라는 말도 나온다. 친트럼프 성향이 뚜렷한 폭스뉴스의 보도이지만, 바이든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2009년 취임식. 왼쪽부터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질 바이든 여사, 미셸 오바마 당시 퍼스트레이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취임식. 왼쪽부터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질 바이든 여사, 미셸 오바마 당시 퍼스트레이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오바마는 바이든에게 부채의식이 있다. NYT는 "바이든은 오바마의 말을 일단 듣고, 부통령으로서 상원 및 하원과 백악관의 관계 등 본인의 직무에 충실해지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바마에겐 바이든의 재임 실패는 또 다른 악몽이다.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의미여서다. 오바마는 비교적 명예롭게 퇴임한 편이지만, 정권교체를 당하며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내준 것은 그가 정치 커리어에서 부끄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여러모로 정반대다. 나이도, 피부색도 그렇다. 2008년 오바마의 경선 출마 때부터 궁합이 별로라는 얘기가 나왔던 까닭이라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는 실제 바이든의 결정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자신의 관저로 여야 상원의원들을 초청해 조찬 모임을 했던 게 대표적이다. 워싱턴 특유의 정치 문화를 오바마가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데 쓰는 게 어떻겠냐는 오바마 측의 입장에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대통령님,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겁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백악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등이 보인다. 백악관 공식 사진작가 피트 수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백악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등이 보인다. 백악관 공식 사진작가 피트 수자

그러나 서로가 정반대라는 점 때문에 서로에게 보완재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둘의 정반대 성격이 서로를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당선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NYT의 평가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바이든과 오바마가 곡절 끝에 운명 공동체가 됐다는 것은 팩트다.

둘은 이제 책사까지 공유하는 사이다. 오바마의 외교 브레인이었던 토니 블링컨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국무장관으로 맹활약 중이다. 오바마의 초대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이었던 람 이매뉴얼은 현재 주일 미국대사다. 바이든이 임명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12월 국무부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한 기자와 만나 "선거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바이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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