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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순일, 변호사 등록않고 '대장동 송전탑' 소송 자문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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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면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수행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뉴스1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면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수행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뉴스1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면서 2021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송전탑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는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송전탑 지중화 행정소송 당시 법률 자문과 법률 행정 등 사실상 변호사 업무를 맡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21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경영상의 자문만 담당했다”는 권 전 대법관의 기존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檢 “권순일, 변호사 등록않고 송전탑 소송 관여”

대장동 송전탑 소송은 2020년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대장지구 북측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계획 이행명령을 내리며 시작됐다. 당초 성남의뜰은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지중화 계획 등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서를 2016년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환경청)에 제출했으나 개발 계획 변경이 거듭된 끝에 결과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일대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21년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일대 모습 [중앙포토]

그럼에도 성남의뜰은 성남시의 이행명령에 맞서 2021년 1월 수원지법에 이행조치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합류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결국 이 소송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성남의뜰 패소로 결론 났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 일부가 “화천대유 주주들은 수천억 원을 벌어놓고 송전탑 공사비 400억원이 아깝느냐”고 반발한 적도 있었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실제 개발사업 시행은 성남의뜰 자산관리를 맡은 화천대유가 주도했다.

1심 소송 당시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매달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재직 기간은 대법관 퇴임 두 달 뒤인 2020년 11월부터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9월(사임)까지로 총급여는 1억5000만원이다. 1심 소송은 2021년 1월부터 1년간 진행됐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변호사는 수사·재판 등의 법률 사건에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없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소송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해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소환조사도 마쳤다고 한다.

‘재판 거래’도 수사…키맨은 여전히 김만배

검찰은 이번 수사를 바탕으로 권 전 대법관이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 핵심 의혹인 ‘재판 거래’ 혐의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2021년과 올 초까지 세 차례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번번이 기각됐다. 이번 영장이 발부된 건 “법원이 민감해하는 재판 거래 혐의를 빼고 변호사법 위반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형 강제입원’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이 판결 전후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실을 8차례 방문한 사실이 공개되며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결국 김만배의 진술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라며 “녹록지는 않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서초동 소재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찾았으나 응답이 없었다. 양수민 기자

26일 서울 서초동 소재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찾았으나 응답이 없었다. 양수민 기자

중앙일보는 검찰 수사에 대한 권 전 대법관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문자를 시도하고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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