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웬 호떡 레시피? "Hotteok" 유행시킨 한국계 셰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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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주디 주 셰프. 자신의 주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뒤로 한국식 소쿠리도 보인다. 본인 제공

주디 주 셰프. 자신의 주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뒤로 한국식 소쿠리도 보인다. 본인 제공

10년 전, 한국계 미국인 셰프 주디 주(47ㆍJudy Joo)가 요리 전문 방송국을 찾아가 "한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국과 인연이 없는 미국인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한식당도 손에 꼽던 시절. 주디 주 셰프는 한식의 힘을 믿었고, 방송국을 설득, '간단히 만드는 한식(Korean Food Made Simple)'을 데뷔시킨다. 같은 제목으로 책도 냈다. 그를 한식세계화 1세대라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에 소개한 레시피는 다름 아닌, 호떡.

NYT 쿠킹(Cooking) 섹션은 이 매체의 유료화 콘텐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이 섹션에서 호떡(Hotteok) 레시피는 평점 5점 만점에 4점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미권에서도 이미 익숙한 비빔밥ㆍ김치ㆍ라면을 넘어, 새로운 한식에 목마른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주디 주 셰프가 뉴욕타임스(NYT) 지난달에 소개한 호떡 레시피.

주디 주 셰프가 뉴욕타임스(NYT) 지난달에 소개한 호떡 레시피.

주 셰프는 원래 금융인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골드먼삭스ㆍ모건스탠리에서 활약했다. 콜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돌연 그 사다리에서 자발적으로 내려온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북한에서 6ㆍ25 와중에 피난을 온 뒤 고생 끝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아버지와, 명절 때마다 꼭 왕만두를 손수 빚었던 어머니도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인에서 요리인으로 업을 바꾼 계기는.  
"모건스탠리 자산분석팀 등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금융시장과 재무라는 일을 사랑할 순 없었다. 미식을 좋아하고 관련 책 탐독을 좋아했는데, 어느날 요리업계에서 더 행복할 거라는 깨달음이 왔다. 물론 부모님은 처음엔 안 좋아하셨지만, 이미 경제적 독립을 이룬 딸의 뜻을 꺾지는 못하셨다. 나는 바로 요리학교에 진학했고, 그 뒤로 쭉 직진만 했다."  
셰프는 체력적으로도 힘든 직업인데.  
"맞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는 건 기본이다. 업무는 밑바닥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익혀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겐 단조롭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잘 견디며 성장해 나간다면, 창조와 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온다. 새로운 맛과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비할 바 못된다."  
한식 세계화 1세대인데.  
"아마 내가 만든 '간단히 만드는 한국 요리'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첫 한식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시즌 2까지 방영됐지만, 처음엔 아이디어를 오케이 받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한국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더 알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한다. 진심 기쁜 일이다."  
주디 주 셰프가 쓴 책 표지. 자신이 주도했던 방송 프로그램 '간단히 만드는 한식'을 토대로 했다.

주디 주 셰프가 쓴 책 표지. 자신이 주도했던 방송 프로그램 '간단히 만드는 한식'을 토대로 했다.

2024년 현재 한식은 어떤 매력으로 다가가야 할까.  
"우선 해외에 사는 수백만명의 한국계 동포와,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이 훌륭한 대사(ambassador)들이다. 한국의 맛을 알면서 해외의 문화를 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국식 치킨이 유행하게 된 것도 처음엔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 덕이었다. 한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통을 100% 고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의 발명이 내일은 전통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국 캔자스시티에 사는 미국인 부부가 스파게티를 해먹으면서 소스에 고추장을 넣어본다던지,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젊은이가 김치를 넣어 감자요리를 해보는 것, 이런 게 다 한식의 확장이다. 게다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요리업계의 화두, 시대정신(zeitgeist)라고 까지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발효음식이다. 한식의 정수가 바로 발효 식품 아닌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매력이 한식엔 있다."  
주디 주 셰프. 미국을 대표하는 한국계 스타셰프다. 본인 제공

주디 주 셰프. 미국을 대표하는 한국계 스타셰프다. 본인 제공

아버지가 이북 출신이라는 점에도 혹 영향을 받았나.
"어린 시절 우린 반드시 명절마다 둘러앉아 손만두를 빚었고, 아버지를 따라 냉면을 먹곤 했다. 아버지는 북에서 잘 사시다가 공산당에 땅을 몰수당하면서 빈손으로 이남으로 오셨고, 고생 끝에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신 뒤 미국으로 이주하셨다. 아버지는 삶의 교훈이 되어주시는 분이다. 어머니 역시 내 미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냉면을 먹는 날이면 슴슴한 물냉면과 매운 비빔냉면이 함께 오르곤 했는데, 인천 출신인 어머니가 비빔냉면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주 셰프는 내년까지 책 출간부터 방송, 레스토랑 오픈 등 스케줄이 빼곡하다고 한다. 그 중엔 한국 '편스토랑' 방송 프로그램으로 요리 실력을 알린 배우 류수영씨와의 협업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 순두부 찌개"라면서 "한국에 어서 가서 음식을 엄청 많이 먹고 행복해지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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