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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테러 용의자 4명 구금…푸틴은 우크라 사흘째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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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2일 발생한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가 24일(현지시간) 법정으로 끌려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발생한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가 24일(현지시간) 법정으로 끌려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망자가 25일(현지시간) 13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체포된 테러 용의자 4명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공격 당시 영상까지 공개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면서 사흘 연속 강도 높은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24일 집단 테러 혐의를 받는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6), 무하마드수비르 파이조프(19)에 대해 오는 5월 22일까지 공판 전 구금을 처분한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4명 중 3명은 혐의를 인정했고,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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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심문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모두 얼굴에 심하게 멍이 들고 부은 상태였다. 한 피의자는 휠체어를 타고 의료진과 함께 법정에 나왔고, 다른 한 피의자는 귀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온라인에 퍼진 영상에서 러시아 요원이 그의 귀를 자르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귀에 커다란 붕대를 붙인 그는 심문 과정에서 귀가 잘리고 망치로 구타당하는 고문을 당했다. [AFP=연합뉴스]

귀에 커다란 붕대를 붙인 그는 심문 과정에서 귀가 잘리고 망치로 구타당하는 고문을 당했다. [AFP=연합뉴스]

이들은 모두 러시아에 거주하는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확인됐다. 파리두니와 파이조프는 법정에서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 세공공장과 이바노보의 한 이발소에서 일했다고 진술했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테러리스트에게는 국적도, 조국도, 종교도 없다”며 자국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IS는 이날 통신사 아마크를 통해 테러 당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테러리스트들은 크로커스 시티홀 로비에서 콘서트 관람객들을 쫓아다니며 근거리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한 총격범은 다른 총격범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고 죽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소련 국가였던 타지키스탄은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인구 약 1000만명 중 90% 이상이 무슬림이며 IS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가디언은 IS가 작년부터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금전을 대가로 조직원을 모집하는 등 세력을 뻗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번 테러의 피의자 일부는 심문에서 “50만~100만 루블(약 700만~140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러시아는 연일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째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 와중에 순항미사일 한발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해 폴란드의 거센 반발을 샀다.

외신들은 경찰국가인 러시아의 감시망이 반체제 운동이나 우크라이나의 간첩 활동에 집중하면서 테러 대응은 후순위로 밀렸고, 이번 테러를 막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 인력 수십만명이면 어떤 테러도 다 막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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