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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슬람국가=모스크바 참극, 2024년형 新테러의 탄생...美전문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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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테러 사건 직후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러시아 국민. EPA=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테러 사건 직후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러시아 국민. EPA=연합뉴스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33명이 사망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는 주체와 타깃, 타이밍에서 다층적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테러 전문가 제임스 캐러파노 박사는 24일 중앙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금 이 시점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테러 장소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선거가 열리는) 2024년이라는 시점, (5선으로 종신 집권이 현실화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승 직후 모스크바라는 장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요소들을 종합하면 IS가 복잡 미묘한 국제 정세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신형 테러 공격을 했다는 의미라고도 설명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 재단 대테러 전문가 사진 헤리티지 재단 홈페이지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 재단 대테러 전문가 사진 헤리티지 재단 홈페이지

IS는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의 소도시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을 골랐다. 그들은 공연 직전 관객을 한곳으로 몰아넣고, 도망을 못 치도록 불을 질러 퇴로를 막고 총격을 가했다. 테러를 위해 사전 조사 및 동선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정황도 드러난다고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무차별 총기 난사와 폭발물 설치를 한 핵심 용의자는 4명, 이들을 지원한 인력을 합하면 11인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 다음은 캐러파노 박사와의 일문일답 요지.

왜 러시아, 왜 모스크바 외곽, 왜 공연장인가.  
"IS의 전형적 수법이다. 그들은 항상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고위층을 겨냥하되, 그들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그들이 책임져야 하는 약한 이들을 타깃(soft target)으로 삼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달 24일부로 3년째에 접어들고, 푸틴의 종신집권 길이 열린 직후라는 점도 러시아를 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2004년 체첸 반군 인질 사태로 350여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 이후 최악의 테러다.  
"IS의 의도는 명확하다. 자신들이 건재함을 온천하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가자지구 전쟁 등, 국제사회가 다중 전선에 주목하면서 IS는 아마도 일종의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치밀하게 타이밍과 장소, 대상을 선정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87%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한 직후 IS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87%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한 직후 IS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공격 직후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했는데.  
"푸틴이 틀렸다.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이건 분명 IS의 소행이 맞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사태를 두고 엉뚱한 곳을 겨냥했다. 이는 푸틴이라는 지도자의 자질을 드러낸다. 푸틴이 얼마나 무책임하고(feckless), 부정직하며(corrupt) 야비한(despicable) 사람인지 드러낸다. IS는 아마도 이 점도 겨냥했을 터다."  
미국 입장에서도 맘이 편할 순 없는데.  
"물론이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을 했고, 사헬(Sahel,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사막 이남 일부 지역)에서도 외교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는 곧 IS에게 힘을 기를 공간을 확보해준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A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AP=연합뉴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규탄하는 가운데 러시아를 공격했다는 함의는.  
"IS는 국제사회 모두가 자신의 적임을 다시금 공표했다고 본다.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이건 독재 국가이건 모두가 자신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으면 적이라는 점을 이번 살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반도로서는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중요한데. 북ㆍ러 관계의 새 국면 등을 고려하면 어찌 봐야 할까.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 러시아 테러 공격으로 북한이 정책 기조 변화를 꾀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일단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도발 기조는 유지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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