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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해결 물꼬' 열리나…尹, 韓 요청에 "당과 유연하게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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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얼굴) 대통령은 24일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문제와 관련해 “당(국민의힘)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의 공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오후 4시부터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1시간쯤 지난 오후 6시에 나왔다. 전의교협 측의 제안으로 성사된 간담회였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에게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도 정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저에게 전했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드렸다”고 말했다. 의료계와의 추가 소통 계획에 대한 질문에 한 위원장은 “지켜봐 달라. 제가 하는 것이 건설적인 대화를 도와드리고 문제 푸는 방식을 제시해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의 등장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는 정면충돌로 치달아왔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 19개 대학별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의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면허를 26일부터 정지시킨다는 방침이었다.

한 위원장이 중재자를 자임하자 대통령실도 수용한 모양새다. 전날 한 위원장 측은 의대 교수와의 간담회 추진 사실을 대통령실에 전하며 당정은 소통 채널을 가동해 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 요청에 윤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 ‘강경론’을 접은 것”이라며 “미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처분도 무기한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문제 해결 협의의 주체로 당을 특정했기 때문에 당과 정부 간 논의가 우선”이라며 “일단 강경 모드가 대화와 타협 모드로 전환된 셈”이라고 전했다.

용산 “수가·소송 문제는 논의 가능, 2000명 증원은 필요”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맨 왼쪽) 등 참석자들이 24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제5차 비대위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맨 왼쪽) 등 참석자들이 24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제5차 비대위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곧바로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대통령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도 마련할 방침이다.

총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내에선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만들어 정부와 의료계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윤상현 의원 등)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타협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여론 흐름에 당이 반응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성인 1002명에게 물은 결과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7%, ‘규모,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였다.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보류할 가능성도 생겼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간담회 이후 전의교협 내에서 사직서 제출 여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전의교협이 사직서 제출 보류 등의 유연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장단 간담회를 연 전의교협은 “(간담회 결과를) 25일 오후 4시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의교협과는 다른 단체인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방재승 위원장도 “정부가 먼저 전공의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을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의정(醫政) 충돌이 완전히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의대 정원 2000명’ 등 의료대란의 계기가 된 본질에 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원 확대 의지가 강한 만큼 최종 봉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수가와 의료인 소송, 지역·필수의료 문제 등은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지만, 정원 자체를 테이블에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 명 정도 부족하다. 이를 메우려면 연간 2000명 추가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은 인원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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