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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땐 세계경제 성장" 레이건의 남자가 내민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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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레이거노믹스 창시자 ‘아서 래퍼’ 인터뷰 

경제+

세상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면 ‘죽음’과 ‘세금’이란 말이 있다. 세수는 국가 운영에 필수지만, 지나치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 근거가 된 대표적인 이론이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다. 세율의 변화와 세수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밥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이다. 이에 따르면 세율을 올리면 일정 수준까지는 세수가 증가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 주체의 의욕이 낮아져 오히려 총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 곡선을 고안한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 래퍼어소시에이츠 대표를 지난 6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트럼프

트럼프

래퍼는 닉슨과 레이건 행정부에서 활동했으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맡았다. 트럼프는 사실상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트럼프는 재선 성공 시 래퍼를 포함한 3명의 인물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퍼는 트럼프의 당선을 낙관하면서 “레이건을 뛰어넘는 최고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減稅) 정책을 펼친 대표적인 국가 지도자다. 래퍼는 “올가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또다시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성장 가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미국 경제가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많다.
“절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나아진 것일 뿐 ‘경제가 좋다(great)’는 말은 할 수 없다. 현재 인플레이션율( 2월 3.2%)은 여전히 트럼프(1.5~2.9%) 재임 시절보다 높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물가는 18~19% 올랐다. 사람들에게 경제적 인플레이션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들르는 식료품 마트 가격이 중요한 거다. 물론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9%에서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는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일 뿐이다. 가격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나쁘다(awful). 단지 지난해보다 나쁘지 않을 뿐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실업률은 3~4%로 안정적인 수준 아닌가.
“고용지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이전지출(실업수당이나 재해보상금, 사회보장기부금 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직장을 관두고 노동시장에서 떠났다. 그래서 실업률이 낮아진 것뿐이다. 이때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단순히 실업률만 따져서 노동시장이 좋아졌다는 말은 터무니없다.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건 최악의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나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2020년과 비교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미 연준은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까.
“인하 시점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좋은 사람이지만, 폴 볼커(1979~87년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 연준 의장)과 같은 통화정책 전문가는 아니다. 그는 자질이 없다. 파월은 주로 직원에게 통화정책 관련 조언을 구한다. 폴 볼커의 경우 늘 직원에게 (시장에 혼란이 없게) 결정을 내린 뒤 통보했다. 파월의 업무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거라 보나.
“트럼프에 대해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지금은 경제학자로서, 경제에 관해서만 얘기할 뿐이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경제 대통령이다. 이는 ‘나의 사랑(love of life)’ 로널드 레이건을 포함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까지 3년의 트럼프 임기 중 미국 경제의 발전상은 눈부실 정도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레이건의 남자가 좀 의외다.
“난 그의 경제학자였고, 완전한 레이건의 남자(Reagan guy)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경제 성장 면에서 단연코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는 2017년 개정한 일명 ‘트럼프 세법(Tax Cuts and Jobs Act)’을 통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다. 개인 소득세는 39.6%에서 37%로 줄였다. 이후 미국의 성장 속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을 넘어설 정도로 빨라졌다. 덕분에 세수도 늘어났다. 트럼프가 세율을 낮춘 이후로 2년간 미국 세수 평균치는 직전 2년과 비교해 10%가량 증가했다. 세율을 낮추니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불평등도 개선됐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의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국의 빈곤율 역시 10.5%(2019년)로 역사상 최저점을 찍었다. 이러한 불평등 수치들이 현재 모두 악화된 상황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감세를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나는 학자다. 어떤 사안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수치로 증명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데이터를 내놓는 거다. 데이터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감세가 어떤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는지. 어린아이라도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가 복귀하면 다시 감세 정책을 추진할까.
“지금 트럼프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건 아니라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 다만, 그는 첫 번째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세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통화 정책 면에서 개혁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현재 파월의 행보를 마뜩잖게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게 트럼프인데.
“그렇다. 당시 중국과의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잘못됐다. 앞으로 이 부분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 역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당선될 경우 전 세계와 자유 무역 협정을 맺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감세론자로서 소득세·법인세·재산세 중 최악은 뭐라 생각하나.
“최악의 세금 하나만 꼽으라면 재산세(property tax)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세금이다. 재산세는 자산에 매기는 세금으로, 곧 부유세다. 나는 부유세를 혐오한다. 부자에게 메달을 걸어주진 못할 망정 왜 페널티를 주나. 국가의 부와 번영을 가로막는 최악의 방법이다. 경제학의 핵심은 동기(인센티브)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해선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낮은 세율 ▶최소한의 규제 ▶재정지출 제한 ▶건전한 통화정책 그리고 ▶자유무역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만 지키면 어느 국가나 부유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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