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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14억짜리 빨래공장에 편의점까지...진화(?)하는 노인 복지시책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에서 감물마을기획단 정남수 문화관광분과회장(왼쪽)과 전영의 사무국장이 빨래방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4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에서 감물마을기획단 정남수 문화관광분과회장(왼쪽)과 전영의 사무국장이 빨래방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탁 수거·배달 ‘빨래 복지’ 잇달아 

지난 14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사무소. 면사무소에 딸린 옛 감물면장 관사에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이란 간판이 붙어있었다. 방 한 칸에 대형 코인 세탁기 1대와 건조기 1대, 운동화 세탁·건조기가 설치됐다. 옆 방은 생필품을 파는 구멍가게다. 매대에 주류와 과자, 커피 믹스, 화장지, 농산물 등 물품이 보였다. 주민으로 구성된 달천신나는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편의점·빨래방은 지난 13일 문을 열었다.

편의점과 빨래방은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주민을 위해 만들었다. 감물면 주민 2000여 명 중 65세 이상은 45%가 넘는다. 전영의 감물마을기획단 사무국장은 “노인들이 하기 힘든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게 두꺼운 이불 등 세탁이며 이 마을에는 수퍼·약국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라며 “지난해 괴산군이 추진한 신활력플러스사업 공모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아 세탁기 등을 장만했다”고 말했다.

빨래방은 세탁기가 1대인 점을 고려해 주민 순번을 정해 가동할 계획이다. 매점은 늦은 시간에도 방문할 수 있게 무인판매를 논의 중이다. 전 국장은 “빨래방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세탁기 2~3대까지 놓는 게 목표”라며 “23개 마을, 취약가구나 노인 등 138가구를 추천을 받아 연 2회가량 무료 빨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이 운영하는 '사평빨래방'. 황희규 기자

전남 화순군이 운영하는 '사평빨래방'. 황희규 기자

화순군, 겨울 이불 1만원 세탁 서비스 

농어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고령 인구를 위한 복지 대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빨래방·편의점을 만들고 목욕과 이발비까지 챙겨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동 이불 빨래방 사업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인 빨래방처럼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놓고,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2020년 강원도가 ‘공공 이불 빨래방’ 사업으로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빨래방은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 11일부터 ‘사평 빨래방’을 운영한다. 고령 어르신과 취약계층에게 이불 같은 대형 빨래물을 세탁해 주기 위해서다. 14억원을 들여 만든 빨래방에는 산업용 대형세탁기(50㎏) 5대, 소형세탁기(25㎏) 3대와 산업용 대형 건조기(50㎏) 3대, 소형건조기(25㎏) 2대 등이 있다. 하루에 겨울이불 150개를 세탁할 수 있는 규모다.

수거·배달 전용 차 3대는 월·수·금요일에 수거, 화·목요일에 세탁이 완료된 이불을 배달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차상위 등 취약계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군민은 겨울 이불 1만원, 이 밖에 이불은 5000원에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사평면 주민은 50% 감면받는다. 화순군 관계자는 “빨래방 전담 인력이 정기적으로 세탁물을 수거하면서 주민 안부를 확인하는 등 사회안전망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동산경로당을 방문해 '찾아가는 빨래방서비스 사업' 현장점검과 함께 어르신들의 대형빨래를 직접 세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지사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동산경로당을 방문해 '찾아가는 빨래방서비스 사업' 현장점검과 함께 어르신들의 대형빨래를 직접 세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노인 30명씩 채용해 빨래방 운영 

강원도는 12개 시·군에 빨래방 15곳이 운영되고 있다. 빨래방마다 30∼33명의 노인을 채용해 일자리 제공을 돕고 있다. 이들 노인은 홀몸 노인이나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불과 운동화 등을 수거해 세탁한 뒤 배달해준다. 생필품 배달, 안부 확인, 말벗 되기 도 한다. 충남 천안과 경남 의령에서도 각각 ‘행복 빨래방’, ‘복지 빨래방’이란 이름을 단 빨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남도는 2015년부터 ‘찾아가는 빨래방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월 주민센터에서 신청받아 매주 5회씩 홀몸 노인 등에게 무료로 이불을 세탁해 주는 복지서비스다. 이른바 ‘빨래방 버스’ 형태로는 전국 최초다. 특수 제작한 2.5t과 1.2t 규모 빨래방 버스에는 세탁기가 각 4대·2대가 설치돼 있다. 두꺼운 겨울 이불 1~2채 빨래도 40~50분이면 뚝딱 해치운다. 2018년부터 한 해 이용자만 적게는 1만46명에서 많게는 1만4546명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경남도는 올해 5월까지 빨래방 버스를 6대에서 7대로 증차, 서비스 권역도 6개에서 7개로 세분화한다.

경남도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빨래방 서비스' 차량 앞에 이불 빨랫감이 한가득 쌓여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도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빨래방 서비스' 차량 앞에 이불 빨랫감이 한가득 쌓여 있다. 사진 경남도

청소 대행, 어르신 목욕·이미용비 지원 

경남은 청소 전문가를 활용한 ‘홈클린버스’도 올해부터 운영한다. 청소 전문가 4~6명이 저장강박 의심 가구 등을 방문해 정리 수납·청소, 방역, 소규모 수선, 폐기물 처리를 지원한다. 도는 한 가구당 1t 트럭 1~2대 분량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처리 비용 등을 포함한 가구당 100~200만원 상당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도 관계자는 “올해 1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9개 시·군(사천·김해·의령·함안·창녕·하동·거창·통영·산청)에서 대상자를 선정 중이다”고 말했다.

노인에게 목욕비를 대주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충북 옥천군은 올해부터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2500여명에게 목욕·이미용 비용으로 연간 8만원을 지원한다. 경남 남해군도 75세 이상 노인 약 9000명에게 연간 6만원 상당의 바우처 카드를 제공해 이·미용과 목욕업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북 정읍시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1인당 6만원, 강원 횡성군은 80세 이상에게 연간 10만원의 목욕비와 이미용비를 지원한다. 한편 국내에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 기초자치단체는 2015년 33.2%에서 2022년 51.5%로 증가해 절반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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