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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한동훈 정면충돌…친윤 핵심 "韓 비례대표 사천" 공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총선을 23일 앞둔 18일 정면 충돌했다. ‘수사 회피’ 논란을 빚은 이종섭 주(駐)호주 대사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에 휩싸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 문제로 촉발된 당정 갈등이 여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 문제로도 번졌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공지문을 통해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사의) 즉각 소환, 즉각 귀국”을 주장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전날 한 위원장이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황상무 수석도 이날 사퇴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공지한 데 이어 ‘자진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는 황 수석 관련 보도가 나오자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황 수석을 직접 경질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황 수석은 이날 정상 출근 뒤 주변에 “자숙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른바 ‘이종섭·황상무 리스크’에 목소리를 높인 건 총선을 목전에 두고 부상한 ‘수도권 위기론’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수도권 격전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이는 여론조사가 속출하자 한동훈 비대위 출범 후 가라앉았던 위기감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 전체가 비상”이라며 “특히 경기·인천에서 정권심판론 비율이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로 축약되는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일단락되고 야권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세우며 단일대오를 형성하자 “용산 리스크를 당이 계속해서 안고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분출한 것이다.

이날 ‘이종섭 귀국, 황상무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수도권 후보 3인방은 “이 대사 해임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안철수) “(황 수석) 본인이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나경원)며 압박했다. 당내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인 김경율 비대위원도 라디오에 나와 “황 수석은 공직자로서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며 “스스로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 뉴스1

여기에 이날 오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하자 이번엔 친윤계가 반격에 나섰다. 한동훈 비대위에 속한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부교수가 각각 당선권(20번 이내)인 15번·12번에 배치되고,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24번) 등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자 '찐윤'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눈이오나 비가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기도 한 이 의원은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지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후보 개개인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이 2명이나 비례대표에 포함된 건 한동훈 위원장의 사천(私薦)”이라며 “아무리 위성정당이어도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규정된 비례대표 공천 시 호남 우선 추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건 큰 문제”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예지 비대위원과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예지 비대위원과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 의원의 공개 비판 등 친윤계의 집단 반발 조짐에 대해 여권에선 지역구 공천 과정부터 한동훈 위원장에게 쌓여온 친윤계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공천과 관련해 이른바 ‘윤심(尹心)’을  당내 친한계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과거 막말 논란으로 부산 수영에서 공천이 철회된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이 이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친윤 그룹 기류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친윤계의 공개 반발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례 명단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지문을 통해 “국민의미래 당헌 규정과 전례 및 공관위 의결에 따라 (공천은)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절차를 어긴 것도 없고 내용도 문제없기 때문에 바꿀 이유가 없다”며 “이철규 의원이 공개적으로 그러는 건 해당행위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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