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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23) 강유는 등애의 반간계에 속썩고, 조모는 사마소에게 죽음으로 항거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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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는 조정으로 돌아오라는 조서를 받고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철수시키려고 했습니다. 요화가 반대했습니다. 전장에 나온 장수는 임금의 명도 받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장익이 말했습니다.

백성들은 대장군께서 해마다 계속 군사를 출동시켜 모두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인마를 거두어 돌아가는 것이 낫습니다. 민심부터 안정시키고 다시 좋은 계획을 세우십시오.

장익.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익.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는 장익의 의견을 받아들여 질서 있게 철군했습니다. 이 사실을 탐지한 등애가 군사를 이끌고 뒤쫓아 왔습니다. 하지만 촉군이 깃발을 정연하게 세우고 물러가자 쉽게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등애는 강유의 병법에 탄사를 보내고는 군사를 이끌고 기산의 영채로 돌아갔습니다.

성도에 도착한 강유가 후주 유선을 뵙고 부른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후주가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짐은 경이 오랫동안 국경 밖에 나가 있으면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군사들이 너무 피로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경에게 돌아오라는 조서를 보낸 것이오. 별다른 뜻은 없소.

신은 기산 영채를 얻는 등 한창 공을 이루려던 중인데 도중에 그만두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것은 등애의 반간계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신은 맹세코 역적을 토벌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폐하! 소인들의 말을 듣고 의심하지 마소서.

짐은 경을 의심하지 않소. 경은 우선 한중으로 나가 있다가 위나라에 무슨 변이 생기거든 다시 토벌하도록 하오.

반간계를 성공시킨 당균은 등애가 있는 기산 영채로 돌아와 이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등애는 임금과 신하가 서로 못 믿으니 반드시 변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시 당균에게 낙양의 사마소에게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사마소는 대단히 기뻤습니다. 즉시 촉을 공격할 요량으로 중호군 가충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가충은 천자가 사마소를 의심하고 있으니 촉을 공격하는 것보다 내부 단속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조모가 지은 잠룡시의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조모가 지은 잠룡시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슬프다! 용은 궁지에 몰려 傷哉龍受困
깊은 물 속에서 뛰어오르지 못하네 不能躍深淵
위로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上不飛天漢
아래로는 전지에도 나타나지 않네 下不見於田
우물 밑에 똬리를 틀고 앉았으니 蟠居於井底
미꾸라지 뱀장어가 그 앞에서 춤을 추네 鰍鱔舞其前
이빨과 발톱을 감춘 채 엎드려 있으니 藏牙伏爪甲
아! 나도 너와 다를 바 없구나 嗟我亦同然

이 말을 들은 사마소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천자를 시해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사마소는 칼을 차고 어전으로 올라갔습니다. 황제 조모가 일어나서 맞이했습니다. 여러 신하가 대장군 사마소의 공덕이 높으니 진공(晉公)으로 삼고 구석(九錫)을 더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모가 대답하지 않자 사마소가 목청을 높였습니다.

우리 부자 형제 세 사람은 위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웠는데 이제 진공이 된다고 안 될 일이라도 있습니까?

어찌 감히 명령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소?

잠룡시를 보니 우리를 미꾸라지 뱀장어처럼 보셨던데 이것은 무슨 예(禮)입니까?

………….

사마소는 싸느란 웃음을 지은 채 물러갔습니다. 순간, 오싹한 한기가 궁전을 채웠습니다. 조모는 물러나와 시중 왕침, 상서 왕경, 산기상시 왕업을 불러들여 울면서 말했습니다.

사마소가 황제 자리를 찬탈하려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소. 짐은 앉아서 폐위되는 수모는 당할 수 없소. 경들은 짐을 도와 토벌에 나서 주오.

지금은 안 되옵니다. 폐하를 지키는 군사들은 약하고 몇 명 안 되어 쓸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참지 않으시면 큰 화가 닥칠 것이니 우선을 참으시고 천천히 도모하소서.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까지 참으라면 세상에 무엇을 못 참겠소? 짐의 뜻은 이미 결정되었소. 당장 죽는다 해도 두려울 것이 없소.

왕경이 말렸지만 조모는 듣지 않았습니다. 왕침과 왕업은 일이 급하게 돌아가자 멸족의 화를 면하기 위하여 사마소에게 자수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왕경이 노하여 소리쳤습니다.

주인에게 걱정이 있으면 신하는 수고로워야 하고, 주인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는 목숨을 바쳐 노력해야 한다고 했건만 감히 두 마음을 품겠다는 것이오?

왕침과 왕업은 자신들만 살기 위하여 사마소에게 달려갔습니다. 한편, 조모는 3백여 명의 궁중 병사를 모아 나섰습니다. 왕경이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사마소의 심복인 가충이 성제에게 명령하자 성제는 곧장 창으로 조모를 죽였습니다. 사마소는 황제를 죽인 성제를 대역부도죄로 능지처참하고 삼족의 씨를 말렸습니다. 성제는 사마소를 욕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성제의 창에 찔려 죽는 조모. 출처=예슝(葉雄) 화백

성제의 창에 찔려 죽는 조모. 출처=예슝(葉雄) 화백

황제를 시해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가충이 사마소에게 천자로 즉위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소는 조조의 예를 들어 사양했습니다. 가충은 사마소가 아들인 사마염에게 선위를 하려는 뜻을 알고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습니다. 사마소는 상도향공 조황을 황제로 세웠습니다. 이름도 조환으로 고쳐 부르도록 했습니다.

강유는 위에 변란이 있음을 알고는 즉시 오에 편지를 보내 ‘군사를 일으켜 사마소가 임금을 죽인 죄를 묻자’고 청하고 자신은 15만 명의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요화와 장익을 선봉으로 삼아 요화는 자오곡으로, 장익은 낙곡으로, 자신은 야곡으로 진군하여 기산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등애는 촉군이 삼로로 일제히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계책을 협의했습니다.

참군 왕관이 계책을 적어 보이자 등애가 웃으면서 강유를 속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왕관이 목숨을 걸고 거행하겠다고 간청하자 5천 명의 군사를 부었습니다. 왕관은 야곡으로 들어와 항복하러 온 군사라면서 대장군을 만나기를 청했습니다. 강유는 왕관만을 막사로 불러 만났습니다. 왕관은 자신이 사마소에게 죽은 왕경의 조카라면서 숙부의 원한을 갚게 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강유는 기뻐하며 3천 명만 이끌고 서천 어귀에 있는 군량을 기산으로 옮겨오도록 했습니다. 왕관은 강유의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명령대로 따랐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하후패가 왕관이 속임수를 쓰는 것이니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했습니다. 강유가 크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미 왕관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군사를 갈라놓았소. 그의 계책을 역이용하려는 것이오. 사마소가 왕경과 그 일가족을 몰살시켰는데 어찌 친조카에게 군사를 지휘하도록 둘 수 있겠소

등애. 출처=예슝(葉雄) 화백

등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가 길목을 매복시킨 지 열흘이 안 되어 왕관이 등애에게 회보하는 편지를 가로챘습니다. 강유는 날짜를 앞당겨 고치고 항복해 온 군사 2천명을 앞세워 등애를 잡기로 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등애는 강유의 계략에 빠져 갑옷과 투구까지 버린 채 산을 기어오르고 고개를 넘어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왕관은 일이 틀어진 것을 알고 군량에 불을 지르고 한중 쪽으로 퇴각하며 불을 질렀습니다. 강유는 한중을 잃을까 봐 등애를 추격하지 못하고 왕관을 추격하여 물리쳤습니다. 강유는 승리했지만 군량과 잔도를 잃었기에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돌아갔습니다. 등애도 패잔병을 이끌고 기산 영채로 돌아와 죄를 청했지만 사마소는 공이 많았음을 이유로 상을 내리고 다시 5만 명의 군사를 주었습니다. 강유도 밤을 도와 잔도를 수리하고 군량을 확보했습니다. 또다시 한판 대결이 벌어질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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